[책과 길] 낯선 복지 ‘기본소득’, 과격하지만 토론은 필요

입력 2014-07-04 02:10

“기본소득을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이 질문은 앞으로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경제학자 우석훈)

“19세기 노예해방, 20세기 보통선거권에 이어 21세기는 기본소득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벨기에 루뱅가톨릭대 필리페 판 파레이스 교수)

엄청나다. 그런데 낯설다. 기본소득이라니? 무슨 말인가 보니, 누구에게나 월급을 주자, 그런 얘기다. 어리거나 늙거나, 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여간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삶이 가능하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자는 얘기다. 참 간단한 얘기인데, 이 얘기를 꺼내는 순간 당장 “지금 공산주의 하자는 말씀?” 이런 무시무시한 질문이 날아올 것 같다.

프랑스의 젊은 좌파 학자 바티스트 밀롱드는 그런 반응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시종일관 경쾌하고 대담하게 논리를 전개한다. 그는 20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분량 안에 기본소득의 개념과 역사, 실천 전략, 반대 논리에 대한 반박, 그리고 재원 마련 방법까지 두루 다루면서 ‘한 번 해보자’고 선동한다.

기본소득은 스웨덴과 같은 복지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이슈로 오르내리기를 거듭한다고 하나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2013년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한 서명운동에 성공한 것이 이 운동 역사상 가장 고무적인 사례일 것이다.

기본소득은 현재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다양하게 분출되는 복지 관련 이슈들 가운데 가장 과격한 축에 든다고 할 수 있겠다. 유토피아적이라는 비난도 많다. 그러나 기본소득이라는 아주 높은 수준의 논의에 기대 현실의 복지 관련 시스템이나 담론을 내려다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게 해준다.

한국에서 이 유토피아적인 제도를 실현하려면 과연 얼마만한 돈이 들어갈까?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2009년과 2012년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한 바 있어 얼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강 교수 모델에서는 국민 한 명에게 돌아가는 기본소득을 연간 360만원(월 30만원)으로 상정했다. 대한민국 인구를 5000만명으로 어림잡으면, 1년에 총 181조5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