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0시20분쯤 A씨(23·여)는 중학교 동창인 친구 김모(23·여)씨와 함께 서울 오류동의 한 술집에 들렀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2007년 인근의 중학교를 함께 졸업한 B씨(22·여) 등 여자 동창 세 명이었다. B씨 등은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A씨와 B씨 일행은 서로 허물없이 인사할 '친구' 사이는 아니었다. A씨에겐 B씨 일행에게 중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이날 우연히 만난 것은 중학교 졸업 이후 무려 7년 만이었다. A씨 머릿속엔 괴로웠던 중학생 시절이 스쳐지나갔다.
A씨는 술집 입구에서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몇 차례 눈빛이 마주치자 결국 B씨 일행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상대는 잠시 놀라는가 싶었지만 이내 A씨 일행에게 합석을 권했다. 시간이 약이었을까, 술자리가 깊어 가면서 어색했던 동창 사이도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러나 중학교 동창들의 '옛 추억' 이야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술에 취한 A씨는 점점 감정적으로 격해졌다. 급기야 A씨와 B씨 간의 말싸움이 시작됐다. A씨의 친구가 말렸지만 언성이 높아졌다. 말싸움은 난투극으로 번졌다. A씨 일행과 B씨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손톱으로 할퀴고 머리채를 잡아 뜯는 등 집단 몸싸움을 벌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일부 피의자들은 손톱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할퀴는 등 폭행 정도가 심각했다"면서 "합석 당시에는 지나간 일을 잊자며 화기애애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괴롭힘 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나자 서로 폭언이 오갔다"고 전했다. 대학에 진학한 A씨와 달리 B씨 일행은 모두 무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맥주잔에 침을 뱉는 바람에 홧김에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일반소초(GOP)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인 임모 병장은 지속적인 '왕따'에 시달리다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춘기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A씨 역시 7년의 시간만으로는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초등학교 때 따돌림 당한 상처 때문에 30대가 돼서도 트라우마 상담을 받는 사람도 많다"며 "시간이 지나면 겉으로는 상처가 아무는 듯해도 가해자를 만나거나 특정한 요인들에 의해 다시 자극을 받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이날 A씨와 B씨를 상해 혐의로 나머지 세 명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수민 이종선 기자 suminism@kmib.co.kr
[단독] 女동창생 난투극 부른 ‘왕따의 추억’
입력 2014-07-03 04:17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