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도심의 명물 스페이스니들 바로 옆에 있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 본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방문한 게이츠재단 본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재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4만8562㎡(1만4690평)의 넓은 부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시애틀 캠퍼스’로 불리는 재단 본부는 V자 모양의 대형 건물 2동과 방문자센터, 공공주차장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붕에 나무 등을 심은 리빙루프와 열·빗물 저장소 등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주변 풍경과 조화롭게 어울렸다.
방문자센터 외벽에 붙어 있는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문구는 게이츠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내부 곳곳에도 빌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남긴 자선에 관한 문구들이 붙어 있었다. 방문자센터에는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전시물이 많았다. 바닥에 발자국을 그려놓고 이를 따라 36번 왕복하면 아프리카 어린이가 물을 한 번 긷기 위해 평균적으로 걷는 5㎞가 된다고 설명해 그 거리를 체감할 수 있게 도왔다. 또 7㎏ 무게의 물 양동이 모형을 설치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물의 무게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재단 코디네이터 마리아 레나씨는 “전 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 미국 내 교육기회 및 정보기술(IT) 접근성의 확대 등 재단의 사업과 역사를 방문객에게 알리기 위해 2012년 방문자센터를 개관했다”며 “방문자들이 이곳에서 기부의 가치를 깨달아 각자의 공동체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가 2000년 설립한 게이츠재단은 이들이 출연한 402억 달러(약 40조5000억원)의 기금과 그 수익, 세계적 투자가 워렌 버핏이 매년 10억 달러씩 보내오는 지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모금활동은 전혀 하지 않으며 재단의 기금을 50년 내에 모두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재단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중국 나이지리아 등에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시애틀 본부에 1200명, 해외에 300명 등 모두 1500여명의 직원이 재단에서 일한다. 직원들이 많아도 직접 사업을 하진 않는다. 대신 1만1300개 정도의 비영리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재단은 2012년 한 해에만 34억 달러(약 3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말까지 지원한 보조금 총액은 283억 달러(약 28조 5000억원)에 이른다.
‘안전한 프로젝트를 선호하기보다 정말 어려운 문제와 싸우라’는 버핏의 조언에 따라 초창기에는 소아마비 퇴치, 말라리아와 에이즈 백신 개발 등 보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엔 빈곤국의 농업문제와 북미지역의 무주택자 및 교육문제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게이츠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치밀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사업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레나씨는 “빌과 멜린다, 빌의 아버지 모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 여러 문제에 대한 다각적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기부와 나눔의 나라, 美 NGO 본부를 가다] (2)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입력 2014-07-03 03:00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