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8년여 경력 로펌 변호사… 착수금 3300만원·무죄 2억원

입력 2014-07-03 04:25 수정 2014-07-03 10:07
대기업 통신회사에 다니던 A씨는 2011년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치소에 수감된 A씨는 국내 10위권 대형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 A씨의 변론을 주도한 변호사는 8년여 동안 검사생활을 하고 2010년 퇴직한 B변호사였다. A씨는 계약 착수금으로 3300만원을 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2억원,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1억원의 성공보수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수임료 계약서를 썼다. 3년 이하 징역형 혹은 검찰 구형 2분의 1 이하로 형을 받을 경우 5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선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A씨는 1∼3심까지 내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동 피고인 8명 중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A씨밖에 없었다. A씨는 또 별도 3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입건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A씨 담당 검사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씨는 당초 약속했던 성공보수금이 너무 많다며 변호사 비용을 일부만 지급했다. 로펌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부장판사 이성구)는 "B변호사가 상당한 노력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A씨는 로펌에 성공보수금 2억2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B변호사 측 로펌과 계약하기 전 다른 로펌에서도 착수금 2000만원, 성공보수금 1억7000만원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B변호사의 검찰 경력을 고려하면 고위직을 지낸 전관들의 수임료는 이보다 더 높다"고 밝혔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법관 퇴임 후 5개월 동안 16억여원을 벌어들여 고액 수임료 논란 끝에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하차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후 수임료로 5년간 60억원을, 박시환 전 대법관은 22개월간 19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의견서에 찍는 도장값만 수천만원에 달해 수임료로 '몸값'을 따지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각종 소송과 관련된 재벌 회장들이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들인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가(家) 상속 소송에서 법원장 및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를 각각 선임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변호사 비용으로 모두 400억∼500억원대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벌 회장들이 형사사건에서 3심까지 지출하는 변호사 비용은 통상 수십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