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에 사거리 180여㎞의 300㎜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또 발사했다. 지난 26일 단거리 발사체 3발 발사, 2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에 이은 1주일 새 세 번째 ‘무력시위’다.
배경에는 북한이 느끼는 초조함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힘을 얹어주고 있는 각자도생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북한의 고립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혈맹’이었던 북·중 관계가 한순간에 한·중 관계에 역전당하면서 대중(對中)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 북·중 간 ‘외교적 거리’는 1년 전보다 더 멀어진 양상이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 직전 북한은 핵 협상을 총괄했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파견했다. 앞서 한 달 전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특사로 보내는 등 중국에 공을 들였다. 그해 2월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데 대한 후속행보 측면도 있었지만 중국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행보조차 없다.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지난 5월 말 베이징을 방문했지만 고위급 접촉에 대해선 중국 외교부가 부인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자 1면 전체에 게재한 사설에서 중국을 ‘대국주의자’로 지칭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은 1970∼80년대 동맹인 소련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을 차단하기 위해 ‘대국주의’라는 표현으로 소련을 비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꾸준히 시 주석의 방북을 원했는데도 한국을 먼저 찾자 북한의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원해진 중국을 대신해 북한은 일본과 러시아에 적극 구애를 펼치고 있다. 납치자 문제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북·일 스톡홀름 합의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과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외교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북한이 정치·경제적 숨통을 트는 데 부족함을 느낄 거란 관측이 많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북·중 관계 회복 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 들어 장성택 숙청으로 북·중 간 인적 유대감은 과거 어느 때보다 낮아진 상태인 데다 당장 비핵화 조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북·중 관계가 앞으로도 쉽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정은 입장에선 권력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성장이 관건인데 중국이 고삐를 죄고 있으니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며 “한·중 정상회담 뒤 누적된 불만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 관계가 삐걱거릴수록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살아나는 만큼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경우 북·중 관계가 일거에 회복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한·중 정상회담] 中은 거리두기… “고립 탈피” 北은 日·러에 접근
입력 2014-07-03 03:53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