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이 범행 당시 살인범 팽모(44)씨에게 전화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으며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1주일 전에는 시간과 복장까지 동일하게 맞춘 ‘리허설’까지 치르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일일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의원은 범행 전날인 3월 2일 오후 8시쯤 팽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팽씨가 송씨를 살해하기 위해 거주지인 인천에서 서울 강서구의 송씨 사무실로 출발한 시각이다. 범행 전후 여러 차례 택시를 갈아타고 인천 청량산에 흉기와 옷가지를 버릴 때까지 팽씨는 매번 김 의원에게 동선을 보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팽씨가 송씨를 살해한 당일과 그 1주일 전 김 의원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의원은 팽씨와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이 대포폰은 지난해 12월 개통됐으며 팽씨가 중국으로 떠난 3월 6일까지만 사용 내역이 남았다. 김 의원은 대포폰 4대를 소유했으며 사라진 대포폰은 팽씨와의 연락에만 사용됐다. 사용 지점도 김 의원 자택과 서울시의회 인근에 집중됐다. 대포폰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깡패인 팽씨와 통화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 본인은 경찰조사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팽씨와 룸살롱이나 은밀한 곳에 놀러가자고 제안할 때 사용하려고 만들었다. 도청이 많아 정치인들은 보통 대포폰 2∼3대를 사용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의원이 범행 후 대포폰을 사용하지 않았고 송씨 또한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점을 미루어 이들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범인 팽씨가 마지막까지 범행을 주저한 흔적이 시신에 남아 있고, 수백만원이 든 가방을 뒤지고도 돈을 그대로 두고 간 것 등이 청부살인을 시사하는 정황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 의원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도 함께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의원이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기 위해 “송씨가 지금까지 7000만원 상당의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후원해 왔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측 변호인도 영장실질심사 당시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송씨가 김씨 술값 결제를 대신해주는 등 물심양면 후원했으며 사건 이틀 전에는 산악회에 수건 300장을 후원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직접 후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뇌물수수 혐의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송씨에게 건넨 5억2000만원짜리 차용증에 대해서도 대가성이 입증되면 뇌물수수 혐의에 추가할 방침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김형식, 범행 일거수일투족 보고 받아
입력 2014-07-03 02:16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