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09원’… 6년만에 1010원 붕괴

입력 2014-07-03 02:14 수정 2014-07-03 10:07
원·달러 환율이 6년 만에 1010원 아래로 떨어졌다. 세 자릿수 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5원 내린 달러당 1009.2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 1010원이 무너진 것은 2008년 7월 29일(1,008.8원)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011.80원으로 장을 시작했으나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강해진 영향을 받아 이내 하락 반전했다.

긴박해진 외환당국은 1010원 선이 무너지자마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실무자 공동 명의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가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기업과 역외(세력) 등 수급 주체들의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구두개입은 외환당국이 지난해 10월 24일 1050원 선을 지키려고 했던 조치 이후 8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 당국의 구두개입은 예전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1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주식거래를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는 데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도마저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세 자릿수 진입이 한층 더 가시화됐다고 분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원화 절상 압력을 피할 수 없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세 자릿수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논의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 압력이 생기면 최근의 원화 강세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세로 반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앞으로 추가적인 원화 강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향후 3개월 이후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10원에서 1030원으로 높였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