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공단 백헌기 이사장 “産災로 과천 인구보다 더 많이 숨져 안전에 대한 사회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14-07-03 02:44 수정 2014-07-03 10:07

“지금까지 산업재해 탓에 경기도 과천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친 사람은 인천과 대전 전체 인구를 합한 것보다 많고요.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꼭 바뀌어야 합니다.”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조 투사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백발성성한 옆집 할아버지가 됐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조목조목 수치를 짚어가며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안전의식 제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2011년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한국공항 출신인 그는 연합노련 위원장과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한국노총에서 6년, 공단에서 3년을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면서 그가 항상 마음에 품는 신조는 ‘우문현답’이다. ‘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줄인 거란다. 그는 “산업안전은 노사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노사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첫 번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으로 부임한 뒤 숱하게 현장 사업장을 찾아다니면서 그는 노사관계가 나쁜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공단 부설 연구원에 관련 연구를 맡겼더니 실제로 산재 발생률과 노동쟁의 발생률이 비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재임기간 중 가장 보람 있던 일로 산재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4년 이후 가장 낮은 재해율을 기록한 것을 꼽았다. 근로자와 사업주를 두루 만나면서 산재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연구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백 이사장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는 점에 착안해 산재 예방 애플리케이션(앱)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산재 속보를 신속하게 전파해 동종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위기탈출 사고포착’ 앱과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위기탈출 응급조치’ 앱 등 8개의 앱을 개발해 모두 29만7000여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공단에서 개발한 앱은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비즈니스 대상(IBA)에서 앱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는 15일로 임기 3년을 꽉 채우게 되지만 산업안전을 향한 그의 열정은 지칠 줄 모른다. 7∼13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을 맞아 일반 국민들도 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의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국내외 200여개 업체, 1만여점의 최신 안전장비와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안전보건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그는 “노동현장의 경험이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경영 방침으로 이어졌다”며 “경제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한 기본은 안전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