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기폭제가 된 ‘평화기도회’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안 퓌러 목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퓌러 목사는 평소 앓던 폐질환이 악화돼 최근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1982년 9월부터 매주 월요일 옛 동독의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평화기도회’를 갖기 시작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점차 늘어났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서 공산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쳤다. 이는 89년 수만명이 참가한 ‘동독 월요시위’로 이어졌고 동독의 독재자 에리히 호네커가 이에 굴복해 물러났다. 그해 11월9일에는 마침내 베를린장벽마저 무너뜨렸다.
퓌러 목사는 “‘월요 시위’는 독일 역사상 폭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한 혁명이었다”며 “이것은 곧 교회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이 되는 올해 ‘독일 국민 대상(German 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 지난달 16일 베를린에서 시상식이 열렸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유가족에 보낸 추모 편지에서 “퓌러 목사는 기도회와 시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줬다”고 회고했다. 부르크하르트 융 라이프치히 시장은 “그는 우리에게 강한 믿음과 신념, 그리고 기념비적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장광수 프랑크푸르트비전교회 목사는 페이스북에 “생전 한반도 통일을 보자고 함께 기도해 주셨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독일 통일 불씨 지핀 퓌러 목사 소천
입력 2014-07-03 02:56 수정 2014-07-03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