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젤로 通하다

입력 2014-07-03 02:20 수정 2014-07-03 10:07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동안 휘발유 위주였던 중대형 세단 시장에서도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출시되거나 출시 예정인 신차는 대부분 디젤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일 중형 디젤엔진 세단인 ‘SM5 D’를 출시한다. 르노가 회사를 인수한 2000년 9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젤 세단이다. 르노의 1.5 dCi 디젤엔진과 독일 게트락사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조합했다. 연비가 16.5㎞/ℓ로 한 차례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 거리 이상인 1000㎞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도 동급의 휘발유차와 비슷하게 책정돼 인기를 끌 전망이다. 세부모델 2종의 가격이 각각 2500만∼2600만원, 2600만∼2700만원으로 예고됐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그랜저 디젤’도 사전계약 20일 만에 1800대가 계약되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차에는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등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2.2ℓ R엔진을 개선한 R2.2 E-VGT 클린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00마력이 넘고 연비도 14.0㎞/ℓ여서 강력한 힘과 효율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2일 “그랜저 디젤이 공개된 뒤 그랜저 전체의 월 평균 계약이 22% 증가했으며 계약된 그랜저의 20%는 디젤”이라고 밝혔다.

그랜저 디젤은 특히 30, 40대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디젤 차량 계약자의 연령대는 30대가 24.9%, 40대가 38.1%를 차지한다. 지난해 그랜저가 40, 50대를 중심으로 팔렸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디젤엔진이 SUV를 넘어 세단에까지 도입되는 이유는 디젤 수입차의 공세가 그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등록된 42만5996대 가운데 디젤차의 비중은 47.3%나 된다. 화물차 등을 제외하고 승용차만 따져도 디젤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나 늘었다. 국내 업체들은 휘발유 차량만으로는 수입차에 맞서기 어렵다고 보고 작년부터 디젤 모델을 준비해 왔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팀 이사는 “그랜저 디젤은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내놓은 모델”이라면서 “앞으로도 속속 디젤엔진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디젤차량 투입도 끊이지 않고 있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지난달 30일 해치백 모델인 ‘뉴 푸조 308’을 출시했다.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2014 유럽 올해의 차’로 뽑힌 차로 차량의 길이는 줄었지만 실내 공간은 넓어진 게 특징이다. 아우디코리아는 3일 디젤엔진을 장착한 대형 세단 A8을 출시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최근 신형 C클래스 모델에서 휘발유·디젤 모델을 모두 출시하고 30, 40대를 겨냥해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권기석 강창욱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