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 예술감독 “오로지 강수진을 위한 작품”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나만의 무대 보여드릴게요”

입력 2014-07-03 02:42 수정 2014-07-03 10:07
2일 서울 서초구 갤러리마노에서 열린 발레 ‘나비부인’ 기자간담회에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과 주역 발레리나 강수진, 발레리노 카를로스 콘트레라스 라미레즈(왼쪽부터)가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강수진이 작품을 거절했다면 이 무대는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오로지 강수진을 위한 작품입니다.”

“한 작품이 저를 위해 올려지는 건 매우 영광이고 행복합니다. 저만의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일 서울 서초구 갤러리마노에서 ‘강수진 & 인스부르크 발레단 나비부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엔리케 가사 발가 예술감독과 주역 발레리나 강수진(국립발레단장), 발레리노 카를로스 콘트레라스 라미레즈가 참석했다. 강수진을 추어올리는 발가 감독의 인사에 강 단장이 각오를 다지는 말로 화답했다.

발가 감독은 “수년 전 강수진과 갈라 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어머니가 관중석에 있었는데, 저에게 ‘나비부인’을 만든다면 주인공은 강수진이 돼야 한다고 하셨다”고 강수진을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 단장은 “감독이 처음 저에게 이 역을 제안하면서 ‘너만의 나비부인을 만들라’며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겼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다”며 “나비부인은 스토리가 워낙 유명한 데다 음악과 무용 등 다양한 색깔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잠깐이라도 잠잘 시간이 없을 만큼 매력적인 무대”라고 소개했다.

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나비부인이 자결하기 전 장면을 꼽았다. “2막 죽기 전 장면이 가장 애착이 가요. 자살하기 전 나오는 마지막 독무인데, 굉장히 슬프고 정말 가슴이 찢어지거든요.”

그는 일본의 우경화가 국제적 우려를 낳는 가운데 게이샤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스토리는 미국과 일본의 얘기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이고, 제 경우 나비부인의 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강 단장은 “은퇴 전에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한 번이라도 무대에서 같이 호흡하고 싶다”며 “내년에 그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국립발레단장으로 취임한 그는 내년 11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오네긴’ 무대, 2016년 7월 22일 은퇴 무대, 일부 갈라 공연을 제외하고는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강 단장은 국립발레단이 내년 첫 작품으로 ‘나비부인’을 올리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립발레단에 와 보니 아름다운 발레리나, ‘나비부인’들이 아주 많았어요. ‘나비부인’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국립발레단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이후에도 이렇게 좋은 역할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푸치니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발레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의 게이샤 초초상과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초연된다. 이 기간 중 갤러리마노에서 강수진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린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