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의 해석을 고쳐 전범국으로 회귀하려는 일본 정부가 수년 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문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겠다”며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일단 환영을 표한 것도 지속적인 로비활동의 결과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 미 법무부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공개한 로비내역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17일 미 워싱턴DC 소재 대형 로펌인 ‘호건로벨스’와 계약을 갱신, 1년간 더 일본 정부의 이익을 위해 일해 주길 의뢰했다. 로비스트의 주요 활동 내용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미국의 입법·청구 등 사안에서 일본 및 일본 기업, 일본 국민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할 것”을 주문했다. “소송 및 국제통상에서 때로 대표 자격을 맡아줄 것, 각종 규제 문제에 대해 조언할 것, 일본을 대신해 다양한 미디어 활동에 나설 것” 등도 주문에 포함됐다.
호건로벨스는 1971년부터 일본 정부와 로비스트 고용 계약을 맺고, 자신들이 청구하는 대로 돈을 받아왔다. 주미 일본대사관에 미 의회와 행정부의 기류를 보고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에는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것이 이 로펌의 일이다. 이 로펌을 통한 일본 정부의 제2차 세계대전 등 과거사 부정 노력은 최근 들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로비내역서에 ‘제2차 세계대전 관련’이라는 문구는 2011년까지는 없었지만, 2012년 돌연 삽입돼 3년 연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미 로비는 다양한 소재를 두고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법률자문은 물론 일본대사관의 관심 사항에 대해 비밀 보고서를 써 주던 ‘헥트스펜서’, 일본대사관과 미 의회·행정부 주요 인사의 만남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았던 ‘포데스타그룹’은 지난달 로비스트 계약을 1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매달 1만5000달러를 받는다.
‘맥과이어우즈컨설팅’은 지난해 12월 매월 2만5000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버지니아주 의회를 상대로 ‘교과서 동해 병기 법안’이 왜 나쁜지를 설명하기로 했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월부터는 대형 로펌 ‘애킨검프’를 고용, 미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워싱턴∼볼티모어 구간 차세대 고속철도 건설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日, 전쟁국가 선포 여파] ‘美 환영’은 로비의 힘
입력 2014-07-03 02:10 수정 2014-07-03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