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관광공약 재고하라

입력 2014-07-03 02:12 수정 2014-07-03 10:06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1일 취임식을 가졌다. 새로 출발하는 단체장들이 어떤 일을 역점적으로 추진할지는 선거 때 발표했던 공약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에 출범한 자치단체장들은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유달리 관광 관련 공약을 많이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체장들의 관광 공약을 분석해 보면 추진 일정이나 재원 확보 방안이 피상적이라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게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선 4, 5기 때와 마찬가지로 복합관광 거점 개발, 관광기반 조성, 국제적 관광단지 조성, 관광벨트 개발 등 대규모 하드웨어 개발 위주라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또 마이스(MICE) 산업 육성 등 인근 지자체와 중복되는 사업 공약도 많고, 국제대회 등 보여주기식 행사에 혈세를 쏟아붓는 공약도 적지 않다. 드라마 단지 조성 등 한물간 아이템을 재탕 삼탕 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공약을 지킬 경우 이웃 지자체와의 과다경쟁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대규모 관광 하드웨어 개발이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지역에 관광시설을 조성하면 방문객이 증가할 것이고, 관광객이 많이 오면 지역 내 소비가 증가해 지역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시설을 조성한다고 해서 반드시 방문객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또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좋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관광객은 증가했지만 일자리와 소득이 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달 중순부터 여름 피서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과 바다가 있는 지역의 캠핑장은 벌써부터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캠핑인구가 300만명으로 늘면서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계곡과 해수욕장 주변에 캠핑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캠핑이 건전한 여가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 캠핑장 이용료가 저렴한 데다 음식 등을 대부분 집에서 싸오기 때문에 지역에 뿌리는 돈은 소액에 불과하다. 관광객은 늘어났지만 일자리와 소득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광객 증가가 일자리 등 실질적 지역경제 효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관광상품을 생산하는 공급자, 구매하는 수요자, 양자 간의 거래로 형성되는 관광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관광 비즈니스를 창업해서 경영할 수 있을 때 관광객 지출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게 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새롭게 출발하는 단체장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관광두레사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광두레는 주민들이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과 식음, 여행 알선, 운송, 오락, 휴양과 같은 관광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관광사업체를 창업토록 지원하고 자립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관광두레는 주민이 경영하는 관광사업체끼리 패키지 상품을 운영하도록 해서 관광 매력과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유도한다. 또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의 잠재 자원을 활용해 관광사업을 창업하고 경영할 때 지역 내에서 소득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다.

지자체의 지역관광 정책은 물리적 관광시설 개발보다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광 비즈니스 창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 관광이 지속가능하게 된다.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경쟁 또한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새로 출범한 민선 6기의 단체장들에게 선거에서 제시했던 관광 분야의 공약을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고해 보기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때로는 단체장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공약을 지키는 것보다 더 나을 때가 있다.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 하드웨어 개발 위주의 관광 공약이 바로 그런 경우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