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9차례의 월드컵을 치르는 동안 2014 브라질월드컵만큼 골키퍼가 주목받은 대회는 없었다.
2일(한국시간)까지 치러진 16강전 8경기 가운데 무려 다섯 경기의 ‘맨오브더매치(MOM)’가 골키퍼였다. 이들은 관중이 골이라고 확신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온몸을 던져 팀을 구했다. 브라질의 훌리오 세자르,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 코스타리카의 케일리 나바스, 알제리의 라이스 음볼리, 미국의 팀 하워드 등이 그들이다.
이날 벨기에-미국의 16강전에서 하워드는 벨기에의 무수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객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연장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그의 활약상 때문이었다. 비록 팀은 1대 2로 졌지만 묘기 같은 선방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20분 동안 벨기에는 38번의 슈팅을 했고 27개가 유효슈팅이었지만 연장 전반까지 그는 노골로 버텼다. 그가 기록한 16번의 슈퍼세이브는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었다. MOM 역시 하워드의 몫이었다.
16강전에서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멕시코의 오초아도 이번 대회를 빛낸 문지기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만 허용한 오초아는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수많은 슈팅을 막아내며 0대 0 무승부를 이루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43분 내준 결승골은 이번 대회 그가 허용한 유일한 필드골이었다. 그 역시 패한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MOM에 선정됐다.
코스타리카의 나바스는 16강전 승부차기에서 그리스의 네 번째 슛을 쳐내면서 당당히 MOM으로 선정됐다. 그는 앞서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무실점으로 버텨 MOM이 됐다. 브라질의 세자르 역시 16강전 칠레와의 승부차기에서 두 번이나 슛을 막아내 팀을 구했다.
이처럼 골키퍼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빠른 공격축구가 이번 대회의 대세를 이룬 데다 막기 까다로운 공인구 브라주카의 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미와 북중미, 아프리카 골키퍼들이 타고난 순발력을 바탕으로 유독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식을 거부하는 골키퍼의 맹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8강전에 접어든 브라질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가 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온몸이 철벽… ‘거미손 월드컵’
입력 2014-07-03 02:48 수정 2014-07-03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