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작은 드록바’ 루카쿠 원맨쇼

입력 2014-07-03 02:54 수정 2014-07-03 10:06
‘작은 디디에 드록바’ 로멜루 루카쿠(21)가 부진을 벗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조국 벨기에를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8강으로 이끌었다.

벨기에는 2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미국을 2대 1로 꺾었다. 전후반 90분을 득점 없이 비긴 벨기에는 연장전에서 케빈 데 브루잉과 루카쿠의 연속골로 미국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루카쿠였다. 마치 정규시간 90분의 혈투가 루카쿠의 활약을 위해 준비된 시간처럼 보일 정도였다. 벨기에는 디보크 오리기를 원톱으로 빠른 공격을 표방했지만 무수한 슛이 미국 수문장 팀 하워드의 손끝에 걸렸다. 연장전과 함께 오리기 대신 투입된 루카쿠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장 전반이 시작된 지 3분 만에 상대 수비진을 쏜살같이 돌파해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공이 수비진에게 걸리자 데 브루잉이 다시 잡아 슈팅을 날려 득점에 성공했다. 어시스트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루카쿠의 돌파와 패스가 없었더라면 득점도 없었다.

루카쿠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골까지 기록했다. 연장 전반 15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데 브루잉의 패스를 받은 루카쿠는 전매특허인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철옹성 같던 미국 골키퍼 하워드도 어쩔 수 없는 깔끔한 슛이었다. 미국은 연장 후반 2분 교체로 들어온 줄리언 그린이 마이클 브래들리의 패스를 이어받아 추격골을 터트렸지만 더 이상 추격하는 데는 실패했다.

루카쿠는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치른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부상당하며 대회 조별리그에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최고의 다크호스로 꼽혔던 벨기에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답답한 공격력도 루카쿠의 부진에 기인한다. 미국과의 16강전에서 강력한 피지컬과 유연한 움직임을 앞세워 승리를 이끈 루카쿠는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루카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인이 아닌 팀 전체가 축하받을 일이다. 벨기에 대표 23명 모두 영웅”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미국 골키퍼 하워드는 “루카쿠가 경기를 변화시켰다”며 “그가 달려들어 득점했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칭찬했다. 드록바를 연상시키는 파워풀한 몸싸움과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기인 루카쿠가 살아난 벨기에는 이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루카쿠의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다. 벨기에는 6일 아르헨티나와 8강전을 치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