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동순 (9) 성경 속 성막에서 힌트 얻은 최첨단 천막 개발

입력 2014-07-03 02:32 수정 2014-07-03 10:06
2010년 일본인 기술고문 유바씨(왼쪽)와 함께 진주종합운동장 지붕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조동순 회장.

“타이가의 기술이 최고다. 마침내 우리가 해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방패연 모양의 반투명 지붕이다. 이 지붕 구조물은 타이가의 작품이며 자존심이다.

37년간 한 우물을 파며 막구조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타이가는 군용천막과 오일펜스 등을 만드는 회사로 서울월드컵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성남종합운동장, 안산스타디움, 수인선 월곶역사, 청도 소싸움경기장 등 수많은 경기장의 지붕을 덮었다. 현재는 서울 구로구 서울(고척)돔구장 지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프로야구 LG트윈스 훈련장을 짓는 등 체육시설의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뼈아픈 기억도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 공사를 수주하게 됐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서귀포 바다와 한라산이 바라보이는 곳에 지어진 아름다운 경기장이다. 그러나 이곳이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덮쳤을 때다. 매미의 엄청난 위력에 타이가의 자랑거리인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지붕막이 훼손되고 만 것이다. 이 소식은 뉴스를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경기장의 구조설계를 담당한 외국구조설계 사무소에서 제주의 바람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교만에 대한 따끔한 사랑의 회초리였다. 경기장 지붕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비난과 손가락질이 쏟아졌다. 모든 영업과 공사가 중단됐다. 회사는 부도 위기에 서게 됐다. 몇 개월에 걸쳐 전문가들에 의해 사고원인 조사가 이어졌다. 조사결과 타이가의 잘못이 아니란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2차 보수공사 업체로 다시 타이가가 선정됐다. 물론 공사비는 모두 받았다. 공사기간도 충분히 주어졌다. “할렐루야!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타이가는 부도 위기를 넘기며 오히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게 됐고, 이 기술들은 타이가를 1등 막구조 회사로 서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태풍 매미는 잠시 겸손을 잃어버린 타이가를 다시 순한 양으로 만들었다. 결국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 사고는 위기 때마다 살길을 열어주시는 하나님을 또다시 깊이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내 인생 80년은 이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고등고시 6번 실패로 나 자신을 알게 하셨고, 천막가게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기적을 주셨지만 교만하였을 때 여지없이 나를 치셨다. 그 가운데 길을 열어주셔서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던 아프리카 5개국을 개척하게 하셨고 많은 돈을 벌게 하셨다.

그러나 그 일이 하나님의 도우심인 것을 잊었을 때 백화점 사업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됐고, 회사를 살려주시기 위해 은행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사무착오로 30만 달러가 우리 회사 계좌로 입금돼 부도를 막는 기적도 보게 하셨다. 또 아프리카에서 맨손으로 돌아왔을 때 사업 아이템으로 ‘첨단천막’을 주신 이도 하나님이셨다. 그리고 내 입술이 자랑으로 가득할 때 제주월드컵경기장 지붕막으로 나를 단련시키셨다.

어려울 때마다 하나님은 늘 새로운 지혜를 선물로 주셨다. 이번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과 함께하셨던 성막과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천막이다. 성막에 쓰인 소재와 타이가가 사용하는 소재를 비교해 보면 성막은 프레임으로는 청동을, 덮개로는 천과 해달가죽, 숫양가죽 등을 썼는데 그 당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였다. 타이가가 새로 개발한 텐트는 프레임으로 철이나 알루미늄 소재를, 지붕과 벽으로는 PVC 원단을 사용한다. PVC 원단과 철은 100% 재활용되는 소재이다. 성막은 안쪽, 두 번째, 세 번째, 바깥의 총 4개의 층으로 되어 있어서 방수와 단열이 우수했을 것이다. 타이가의 텐트도 성막과 같이 4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