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승욱] 댓글에 대한 변명

입력 2014-07-03 02:18 수정 2014-07-03 10:06

온라인 뉴스의 맛은 역시 댓글이다.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페이스북 등 뉴스가 탑재되는 플랫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실시간으로 댓글이 붙는다는 점만큼은 다르지 않다.

물론 공간과 시간의 제한을 숙명처럼 여기며 신문을 만드는 ‘올드 기자’에게는 아직도 댓글이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젊은 기자들은 댓글을 좋아한다. 독자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며 즐거워한다. 욕설이 섞인 심한 말에 상처를 받고 화를 내지만 후속 기사를 준비할 때 나침반으로 삼는다.

뉴스 편식 갈수록 심해져

포털 사이트 미디어다음은 오래전부터 ‘댓글 많은 뉴스’를 별도로 모아 서비스하고 있다. 그제는 ‘노컷뉴스’가 제공한 ‘젊은층 비호감 1위는 새누리당’이라는 기사에 70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어 1위를 기록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탐사기획 보도는 아니었지만 댓글 달기를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젊은층의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이 기사처럼 댓글이 많은 기사는 대부분 정치 이야기다. 열혈 팬을 거느린 아이돌 그룹이나 스포츠 경기를 다룬 기사와 비교해도 댓글 수에서 밀리지 않는다.

최근 국민일보 기사 중에는 정홍원 총리 유임과 관련해 ‘신상털기식 청문 공세에 朴대통령식 반격?’이라는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미디어다음에만 5000개 가까이 붙었다. 독자들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거나 반대 입장에서 댓글로 논쟁을 벌였다. “왜 이 따위 기사를 쓰는가” “기레기 반성하라”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한 신조어다.

개별 기사에서 벗어나야

우리 사회에 온라인 뉴스가 자리 잡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제 와서 뒤늦게 댓글을 꺼내는 것은 갈수록 심해지는 ‘뉴스의 편식’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앞에서 말한 기사는 국민일보 3면에 실린 해설기사다. 그날 신문에는 정 총리 유임과 관련된 기사가 6개 있었다. 여야 및 청와대 입장과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까지 여러 각도에서 사안을 조명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신문과 달리 어깨동무하며 서로를 보완하는 기사를 한번에 펼칠 수 없다. 각각의 기사가 클릭을 통해 독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중 청와대 입장을 설명하는 해설기사가 독자들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 기사를 다른 기사와 함께 읽었다면 ‘기레기’라고 비난하는 댓글은 많이 줄지 않았을까.

매스미디어의 쇠락은 이미 상식이다. 신문사가 뉴스 공급을 독점한 채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어”라는 식으로 쓴 기사를 인쇄해 뿌리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인터넷과 PC에 머물렀던 1인 미디어는 모바일 기술 발전과 함께 급속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이, 성별, 지역에 따라 기사를 제공하는 맞춤형 미디어 시대에 기존 언론이 적응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시각을 담은 기사와 칼럼이 모든 사람의 생각인 것처럼 여겨질 가능성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아는 만큼만 세상을 보고 입맛에 맞게 사회적 갈등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에 따른 위험과 폐해도 점점 커진다. 이제는 당파성을 객관성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유사 저널리즘마저 기승을 부린다.

10년이 넘도록 온라인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신문사의 책임이 크다. 클릭수와 페이지뷰라는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 사이트가 만든 뉴스소비 환경에 스스로를 억지로 끼워 맞춘 탓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편식은 우선 개인이 극복할 일이다. 기사 하나하나에 연연하지 않고 사안을 바라보는 접근법이 그래서 중요하다.

고승욱 온라인뉴스부장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