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한국시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작년 7월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발생 초기에 데보라 허스먼 전 NTSB 위원장(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은 사고조사를 1년 내 종결하겠다고 했다. 보통 항공기 사고조사가 2∼3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허스먼의 공언대로 1년이 안 돼 NTSB는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초기 브리핑 때부터 언급해 온 바와 같이 사고 주요 원인으로 조종사 과실을 지적했다. 항공기 설계상 문제점은 일부 반영됐지만 샌프란시스코공항 관제의 과실은 없었다. 이처럼 여러 정황이 존재함에도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만 귀결시키고 다른 부분을 배제한 결론은 석연치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최종진술서’에서 조종사 과실을 인정하지만, 유사한 사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제작사 특히 B777의 조종석 설계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상황에서는 자동추력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 즉시 인지하기 힘든 ‘삐(Beep)’ 소리의 저속경고 등 제작사 조종시스템 설계 문제점 때문에 조종사가 빠른 판단과 대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B787 테스트 조종사였던 유진 아널드 기장도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항공기에서도 일어났던 현상인 오토스로틀(자동차의 크루즈 기능과 유사) 속도 유지 기능이 특정 강하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에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특히 2009년 2월 발생한 네덜란드 터키항공 B737-800 사고에 대해 네덜란드 사고조사위원회는 저속경고가 청각적으로 즉시 인지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권고해 제작사는 12개월 만에 전 B737-800 저속경고를 ‘로 스피드(Low Speed)’라는 음성경고로 개선하였으나, 같은 방식의 B777항공기는 60가지 상황에서 동일하게 울리는 경고음이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아 긴급 상황에서 조종사들에게 혼선을 줄 가능성이 상존해 있었다. 또한 이번 조사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권고사항에 항공기 제작사 관련 사항이 9가지나 언급되고 있는데 추정원인에는 한 가지도 포함시키지 않아 미국 당국이 국익을 고려하다 보니 조사결과가 왜곡됐다는 논란이 많다.
2013년 1월 뉴욕에서 발생한 여객선 충돌 사고에 대한 2014년 4월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당시 NTSB 허스먼 위원장은 말했다. “사고일 선장이 저지른 최종적인 오류가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시스템 설계에 최초 취약점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밧줄이 낡아서 헤어지는 과정처럼 언제나 사고는 놓쳐버린 기회들이 엮여 발생하는데, 비난은 보통 마지막으로 끊어진 밧줄 가닥, 흔히 인간을 향합니다.”
심각한 사고가 있을 때 흔히 처음 나오는 반응은 ‘인재(人災)’다. 대부분 인간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이다. 그러나 인재에만 집중하면서 우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낼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적 과실에 대한 처벌은 쉬우나 근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다. 잘못된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 온 이해 관계자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민간항공조약 부속서13, 제3장, 3.1항에 의하면 ‘사고나 준사고 조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나 준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비난이나 책임을 묻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고원인을 명확히 규명해 유사한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면밀하게 진행돼야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NTSB는 국익을 추구할수록 공신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도희 한국항공전략硏사무국장
[기고-한도희] NTSB, 결국 국익 위한 조사였나
입력 2014-07-03 02:15 수정 2014-07-03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