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공개하는 고용형태공시제가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허점 탓에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화우, 대한노인회, 일진글로벌, 위훈용사복지회, 인그리디언코리아 유한회사 등 5곳은 1일까지 고용 형태를 공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1차 입력기간이 끝난 뒤 41개 미공시 회사들을 상대로 추가 입력을 종용했다. 그러나 이들 5곳은 끝내 버텼다. 성실히 고용 형태 정보를 공개한 대다수 기업의 의욕을 꺾는 동시에 위법한 행위다. 고용 형태 공시는 고용정책기본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미공개 회사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법에 처벌조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는 사내하도급 등 실질적인 간접고용이 자료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전체 근로자 1464명 중 기간제 근로자 6명, 소속 외 근로자 60명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6000여명의 협력사 직원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내·외근 전자제품 수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노동부에 “소속 외 근로자는 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하도급 인력만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이지만 독립된 개별 사업자가 자사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별도 사업장이기 때문에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로자의 고용 형태를 판단·공시하는 주체는 기업이고 노동부는 검증할 수단이 없다.
비정규직 실태를 공개하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줄일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순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는 이미 10여년 동안 경직적인 정규직 보호가 고용창출과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고용 규모도 크다는 점이 이번 공시를 통해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정규직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면서 이윤을 창출해 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기계약직을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정규직과 같은 항목에 넣어 파악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기계약직은 인사·급여·복지 등 전반적인 근로조건이 정규직보다 열악해 ‘중규직’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선정수 기자
[비정규직 공시제 첫 시행] 법·제도 미비… ‘비정규직 남용 막기’ 효과 의문
입력 2014-07-02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