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민족문화교육원 사무총장 박종문 목사 “교회당 건립보다 현지 지도자 세우는 게 급선무”

입력 2014-07-03 02:19 수정 2014-07-03 10:06

“지금은 교회당 건립보다 현지 교회의 지도자를 세우는 게 더 급선무입니다. 한국교회는 물량이 아니라 신학교육과 지속적 돌봄으로 조선족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중국 옌볜 민족문화교육원 사무총장 박종문(67·사진) 목사는 지난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의 중국 사역이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당 짓는 게 선교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1993년 옌볜대에 민족문화교육원을 설립, 조선족 청년을 상대로 한민족 문화교육을 펼쳐왔다. 또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사역자로서 20여개의 조선족교회를 헌당하는 등 선교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박 목사가 느낀 것은 한국교회의 선교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 상황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쳐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함에도 개교회가 단독으로 결정해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중복 사역이 많고 효율성이 떨어졌다.

그는 “이런 식의 선교는 건물이나 교회당만 짓고 끝나는 경우”라며 “지금은 건물이 아니라 현지인을 키워야 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흩어진 조선족교회는 800여개에 달한다. 이중엔 한국교회에 의해 설립된 교회들도 많다. 최근엔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조선족 동포들의 한국 왕래가 잦아지면서 청년들의 경우는 도시로 진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신앙적 열의도 떨어져 신앙 재교육도 절실하다. 상황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10년, 20년 전과 똑같은 선교 패턴을 반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중국의 교회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중국교회는 성도가 50명, 100명만 돼도 선교에 힘씁니다.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만들어 중국 내 타문화권에 선교사를 파송합니다. 그런 교회들은 건물도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다고 한국교회의 조선족 선교 미래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몇몇 조선족교회는 선교사들을 배출했다. 이들 선교사들은 중국 내에서 활발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일종의 디아스포라 선교인 셈이다.

박 목사는 조선족과 북한은 한국의 ‘사마리아’라고 했다. 예루살렘과 유대땅(행 1:8)을 넘어 복음이 전해져야 할 우선순위에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 차지주 옌볜은 일제 치하 캐나다장로교 선교사들의 활동으로 민족독립운동이 전개된 곳이기도 하다. 애국심과 민족애, 기독교신앙이 어우러졌던 역사의 장소가 선교사를 배출하는 진원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는 선교사를 더 보내야 합니다. 교인들 중에 재능과 은사가 많은 신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선교에 더욱 힘쓰도록 해야 합니다.”

박 목사는 최근 한국기독교개혁운동에도 뛰어들었다. 구원의 확신을 가진 성도와 교회라면 선교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개혁운동은 부적합한 모든 행동을 그치게 하고 땅끝까지 예수의 증인된 삶을 살도록 전도와 선교활동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최상의 사람으로 사는 길입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