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1일 일제히 취임했다. 교육부가 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임자 복직 명령의 마감시한(3일)을 이틀 앞두고 업무를 시작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 13명은 전교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된다. 또 교육부와 입장이 엇갈리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허가 문제 등 첨예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비서실 인사에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한민호(55) 인수위 상근전문위원을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전교조는 이제 교원단체가 아니라는 교육부와 달리 전교조를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조 교육감 측은 "한 보좌관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정책 실무를 경험해 현장과 정책에 두루 밝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기자들과 만나 전교조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임자 복직은 실정법을 따르는 방식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본적으로 교육부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복귀하지 않는 교사들을 징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교원노조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전교조와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행정은 선진화된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2일 전교조 서울지부와 교총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전교조 문제에선 비슷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이미 전교조 출신인 서길원 보평초 교장을 인수위 핵심 기구인 혁신분과위원장에 임명했었다. 혁신학교 등 경기 교육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전교조 출신을 택한 만큼 이후에도 전교조에 힘을 실어주리란 관측이 많다.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일부 진보 교육감을 중심으로 교육부 명령 거부 움직임이 구체화되리란 전망도 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취임 직후 불법 쟁의행위로 파면된 전교조 소속 교사 2명의 복직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2일 교사 등 1만여명이 참여하는 '2차 교사선언'을 진행한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이기권 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어서 교육부가 1차 선언에 이어 다시 징계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자사고' 문제도 충돌이 예상된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사고를 대대적으로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울시교육감직인수위 관계자는 "자사고 평가를 재검토하기 위해 자사고 관련 공약 이행 태스크포스가 오늘부터 활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 때 일반고 몰락의 원인으로 자사고를 꼽았다. 당장 8∼9월에 재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자사고 25곳 중 14곳이 서울에, 7곳이 다른 진보 교육감 지역에 있다. 지정 취소 권한은 교육감이 쥐고 있지만 현행법상 교육부와 협의토록 돼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조 교육감은 이날 집무실에 신영복 교수의 서화 '떨리는 나침반'을 걸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시계는 속도를, 나침반은 올바른 방향을 상징한다. 시계 대신 나침반을 바라보며 일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오전 8시 청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수원 이목중을 찾아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으며 업무를 시작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조희연, 전교조 출신 보좌관 임명… 교육부와 엇박자
입력 2014-07-02 03:15 수정 2014-07-02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