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나눔의 나라, 美 NGO 본부를 가다] (1) 월드비전 USA

입력 2014-07-02 03:24
미국 시애틀 월드비전 미국 본부의 모습. 건물 곳곳에서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묻어났다. 건물 앞에 설치된 '예수, 생명의 양식' 동상.
방문자센터 벽에 걸린 전시물들.
본부 벽에 내걸린 지구촌 곳곳에서 수집한 십자가들.
월드비전을 소개하고 있는 리치 스턴 월드 비전 미국 이사장.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에서 나눔과 기부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세계적 비정부기구(NGO)들이 미국에서 탄생했거나 미국을 중요한 기부원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세계적 NGO들의 미국본부를 찾아 이들의 모금과 집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여다봤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시애틀 외곽의 월드비전 미국 본부는 넓은 주차장과 푸른 잎 무성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4층 건물이었다. 건물 입구부터 방문자센터, 회의실, 각종 프로그램 홍보물까지 기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구와 이미지들이 뚜렷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본부 건물 앞 동상이었다. 빈 바구니를 든 4개 인종의 어린아이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손을 내미는 조형물의 이름은 ‘예수, 생명의 양식(Jesus, the Bread of Life)’이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예수의 능력이 전해질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건물 내부 벽에서는 누가복음 18장 16절, 요한복음 10장 10절, 야고보서 3장 17절 등의 성경말씀을 볼 수 있었다. 회의실 외벽에는 각국에서 수집한 각양각색의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1층 방문자센터에서도 월드비전의 기독교적 박애정신이 잘 드러났다. 이날 방문자센터 안내를 맡은 메건 캔들씨는 월드비전을 “종교, 인종, 민족,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기독교인의 인도주의적 단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식수 개선과 보건, 식량·농업 개발, 자립경제 지원, 교육, 아동보호 등에 초점을 맞춰 빈곤 어린이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월드비전의 역사와 현재 진행 중인 지역개발 사업 현황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로 참전했다가 전쟁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한경직 목사와 함께 월드비전을 설립했던 밥 피어스 목사가 남긴 물건들과 현장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이어 모기장, 자전거, 수동펌프 등의 모형을 설치해 현재 월드비전이 펼치는 지역개발사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 있게 했다.

미국 본부는 오랫동안 월드비전 국제본부로 사용됐지만 최근 유럽에 거점을 둔 국제단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으로 국제본부를 이전했다. 그럼에도 미국 본부가 월드비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미국 본부는 매년 전 세계 월드비전 후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10억 달러를 모금한다. 대표 프로그램인 ‘아동후원(Child Sponsorship)’을 통해 두터운 기부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부자 맞춤형 캠페인과 고액·유산 기부자 유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시도로 모금운동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리치 스턴 월드비전 미국 이사장은 “그간 월드비전은 기독교적 바탕을 철저하게 지키되 해당 국가의 법과 종교를 존중해 선교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기독교에 바탕을 둔 단체라는 이유로 위험에 처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그는 “4년 전에는 월드비전 직원 6명이 파키스탄에서 살해된 적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기독교적 바탕과 원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애틀=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