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론으로 승부한다더니 인물이 없다

입력 2014-07-02 02:28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30재보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거물급 인사들은 출마를 고사하거나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고, 참신한 신인 발굴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재보선에 나와 달라는 여권의 잇단 러브콜을 받았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를 모셔오기 위해 여러 번 접촉했지만 선출직은 본인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도 “김 전 총리가 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매우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동작을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30일 퇴임한 김 전 지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출마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당에선 여전히 김 전 지사만한 인물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력 정치인을 투입할 경우 김 전 지사를 대항마로 내보내기 위해 적극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지사 측은 “당에서 계속 출마를 요청하면 무조건 거절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아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경기 평택을에 공천 신청을 했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 후보와의 여론 조사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자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경선 참여 기회조차 봉쇄했다”면서 재심사를 요구했다. 임 전 실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내비쳤다. 울산 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던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김두겸 전 울산남구청장, 박맹우 전 울산시장과의 3자 여론조사 경선 방침에 반발해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나경원·오세훈 전 의원 등 ‘빅카드’의 출전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특히 나 전 의원은 재보선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병이나 김포가 주로 거론된다. 당 안팎에선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부 영입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 “혁신이라는 당 기조에 맞춰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치 신인은 인지도가 떨어져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약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