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이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시문학 전문지 ‘서정시학’ 주최로 1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2014 탈북 문학 세미나 및 남북문인 시 낭송회’에서 주요 문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선언문 초안이 발표됐다.
북한의 실상을 다룬 책들은 출간된 적이 있었으나 문학인과 비평가들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인권선언문 초안은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방 교수는 초안에서 “문학인들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말의 존재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가야 하는 문학인의 의무를 무참히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오세아니아를 예로 들며 “북한은 오세아니아보다 더한 곳”이라며 “3대째 ‘빅 브라더’가 철권을 휘두르면서 북한은 공포와 불신, 기아의 땅이 됐다”고 규정했다. 초안에서는 또 “이는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야 하는 문제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해 가까운 장래에 진실을 누설하는 용기를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방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문인들은 물론 다른 문인들과도 만나 서명 운동을 벌이는 한편 이날 선언문 초안을 공동선언문 형태로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세미나에는 예술원 회원인 소설가 이호철씨, 오세영 전 한국시인협회장, 탈북문인인 장해성·김정은씨 등이 참석했다.
인권선언문 발표를 두고 문단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식입장은 내놓고 않았지만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서정시학 편집인인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우리 문단이 북한 인권을 위해 의사 표명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보탰다. 한국여성문학인회 관계자도 “문단 내에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문인들이 꽤 있다”고 긍정의 뜻을 전했다. 보수성향의 문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문인협회는 이날 발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윤경 기자
“북한은 ‘1984’가 그린 가장 완벽한 통제사회”
입력 2014-07-0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