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일 현재 전국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연 3.0% 미만이다. 1년 정기적금까지 시선을 확대해 봐도 연 3.0%에 턱걸이한 전북은행 1곳만 제외하면 모두 연 2% 중반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행에만 기대는 재테크는 오히려 손해라는 것도 오래된 얘기다.
여의도 자본시장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불확실한 투자환경 속에서도 수익률을 내는 금융상품들은 꾸준히 있다는 설명이다. 1일 국민일보는 하반기 목돈마련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국내 증권사 10곳의 프라이빗뱅커(PB) 20명에게 의뢰했다. PB들은 여유자금별로 1000만원, 1억원을 가장 크게 굴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20명의 의견을 평균 낸 결과를 공개한다.
◇1억원 있다면 ELS·하이일드펀드=20명의 자산관리전문가들은 여윳돈 1억원을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우선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각종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2150만원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PB들은 변동성이 낮아진 ‘박스권’ 증시 환경 때문에 ELS와 ELB를 첫손에 꼽았다.
그간 지적받아 오던 변동성 위험이 덜해지면서 수익률은 높으면서도 조기상환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국투자증권 청담지점의 임현호 PB는 “개별종목들의 변동성은 커졌지만, 지수의 변동성은 낮아졌다”며 “지수 대비 50% 이상 하락하면 손실 가능성이 생기는 상품을 골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명동지점의 한태봉 차장도 “현재 시점에서 한국·홍콩·유럽의 기초자산은 여전히 2007년 최고점을 크게 하회한 상태”라며 “앞으로 3년간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7% 내외의 수익이 발생하는 ELS들은 지난 5년간 꾸준하게 수익이 발생했다”고 조언했다.
‘전통의 강호’ ELS와 함께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PB들로부터 2150만원의 포트폴리오를 확보, 1위 투자처로 동률을 이뤘다. 이 금융상품은 연말까지 전 금융기관 합산 1인당 5000만원 한도에서 분리과세 15.4%의 혜택이 적용된다. KDB대우증권의 조원희 장한평지점장은 “투자원금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공모주 10%를 우선 배정받는 메리트까지 있다”며 여윳돈 1억원 중 5000만원을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에 넣었다. 우리투자증권 차연희 차장, 홍지영 과장도 나란히 올 하반기 1억원이 있다면 하이일드펀드에 3000만원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PB들은 주식에 대한 투자태도도 강했다. 주식과 주식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에 평균 2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의 김광진 부장은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3년간의 조정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상승할 것”이라며 “주식 비율을 50% 이상으로 가져가되, 우량 대형주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0만원도 1억원처럼, 배당주펀드부터=여유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1000만원짜리 포트폴리오에서는 주식·주식형 펀드(250만원)와 함께 국내 배당주펀드(240만원)가 인기였다. 배당주펀드는 최근 주식시장 침체기에도 배당수익 때문에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올 상반기 펀드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현대증권 남울산지점의 김상덕 과장은 “대체 주가가 언제쯤 오를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고배당주 및 우선주의 배당수익과 채권 이자수익 등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수익을 찾아야 한다”며 여유자금 1000만원 가운데 절반을 과감하게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2년간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월별로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4개월에 불과하다”며 구체적으로 미래에셋 배당프리미엄펀드 주식혼합형을 추천했다. 한국투자증권 명동지점의 조정희 PB도 “주주환원정책 강화 분위기에 따라 배당성향·배당금 증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가장 주목할 상품으로 배당주펀드를 꼽았다.
ELS를 중심으로 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은 소액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에도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평균 195만원)했다.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 안병원 차장은 50%를, 신한금융투자 정상규 PB팀장은 40%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 이런 태도는 버려야=PB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며 조바심을 없애라고 조언했다. 하나대투증권 강남중앙지점 이소영 PB는 “특히 여윳돈이 적을수록 본인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대수익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횡보기에서 적은 자산으로 큰돈을 벌려 하면 외려 큰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경고다. 현대증권 오온수 글로벌자산전략팀장도 “적은 돈이라도 분산해야 한다. 고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원금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재차 조언했다.
한동안 잘나가던 국내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시선이 싸늘해진 편이다. 신한금융투자 정 PB팀장은 “올 하반기는 유동성 장세에서 경기 장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국면”이라며 “미국 주도의 경기 호황기에 진입하면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대형주가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의미에서 중소형주의 롱숏펀드에 너무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라는 조언이 많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기획] 은행 정기예금은 옛말… ‘중위험 중수익’ 상품 찾아라
입력 2014-07-02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