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에서 발표한 통일 프로세스인 ‘드레스덴 선언’의 전문(全文)을 살펴보던 외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눈길이 간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은 주변국과 조화롭고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구절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이 주변국들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을 의식해 삽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이 우리에게는 절실하지만 중국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또 반대로 큰 위협일 수도 있어서다. 한 전문가는 1일 “중국의 이런 우려를 감안해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고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일 방한해 드레스덴 선언을 지지할 것으로 알져지면서 한반도 통일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한반도 통일은 득실(得失)이 다 있지만 통일한국의 안보 위협만 해소된다면 중국이 적극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명시적 지지 입장 밝혀와=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부터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후 한·중 간 주요 성명이 채택될 때마다 같은 입장이 담겼다. 때로는 ‘자주적 평화적 통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자주통일을 주창해온 북한을 배려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고 시 주석 체제가 들어서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중국이 좀더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5월 박 대통령 방중 때 중국이 공동성명에서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한데 이어 시 주석이 직접 같은 말을 언급했다”며 “중국 최고지도자가 직접 말로써 한반도 통일 지지를 밝힌 것은 또 다른 진전된지지 입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한반도 통일로 인한 혜택이 적지 않다. 당장 중요한 지역안보 위협 사안인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통일한국에 핵무기까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통일이 된다는 것은 곧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경제적 이득도 크다. 통일 뒤 북한발(發) 대규모 인프라 건설 수요가 발생하고, 인접한 중국의 동북 3성이 자재공급 등으로 직접적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동북 3성 개발이 미래의 중요한 과제인데 북한이 정상화돼야 이 지역도 정상적 발전이 가능하다. 외교 전문가는 “주변국 평화로 생기는 혜택인 ‘평화 배당금(Peace Dividend)’을 중국이 가장 많이 가져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 이후 한반도 안보질서가 관건=혜택도 있지만 중국으로서는 통일한국이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은 통일한국 정부가 친미(親美)적 행보를 보이거나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드레스덴 선언에서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고 도움이 되는 통일’을 천명한 것도 중국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 안보질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도 통일 과정에서 주변국의 참여와 입장을 적극 반영하는 ‘열린 통일’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드레스덴 선언에 지지를 나타내게 되는 것도 결국 중국의 우려 사항들을 우리가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시진핑 7월 3일 방한] 中 ‘국제사회에 도움 되는 통일’ 원칙에 공감
입력 2014-07-0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