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7월 3일 방한] 韓 창조경제·中 혁신정책 상호협력 MOU 체결 합의

입력 2014-07-02 02:31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22년간 중국과의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은 3445억7000만 달러(약 388조원)로 올해 우리나라 정부 예산(342조원)보다 많다. 그러나 최근 대중 무역은 주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올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2835억69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은 오히려 0.1% 하락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처럼 주춤해진 대중 무역을 활성화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중 최초로 전반적 경제협력 위한 양해각서 체결=한·중은 정상회담 뒤 양국 간 전반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명시한 ‘창조 및 지속가능한 발전 촉진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합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창조경제와 중국의 개혁·혁신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자는 데 양국 간 의견 일치를 봤다”며 “경제협력 방향도 첨단기술,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개별적인 경제 사안에 대한 MOU 체결은 있었지만 전반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MOU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협력의 상세 분야로 들어가면 양국 간 최대 이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FTA 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11차례 열었다.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주요 품목에 대한 양허안을 놓고 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농업을 보호하려 하고, 중국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높은 수준’으로 체결키로 합의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일정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은 2012년 해외에 88조8000억원(878억 달러)을 투자했다. 그러나 한국에 투자한 돈은 7384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해외투자 중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1.1%에 그친다. 한국은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중국이 투자 보따리를 풀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몽골 등 4개국 다자협의체인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3일 중국 아얼산시에서는 GTI 조정관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GTI를 국제기구로 발전시키는 방안과 신의주-단둥지역을 활용한 중소기업단지 조성계획 등 남·북·중 3각 협력사업이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이밖에 양국은 박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시 주석이 밝힌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상호 연계해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다.

◇막판 ‘주고받기’ 조율 이뤄질까=양국 간 바라는 바가 달라 진통을 겪는 사안도 있다. 양국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새만금 한·중 경제협력단지 조성안에 합의했다. 중국기업의 적극적인 진출로 오는 2020년까지 새만금 복합도시용지에 산업·교육·연구개발(R&D)을 아우르는 융·복합도시를 개발한다는 게 한국의 목표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경협단지 조성 협력을 위한 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새만금 투자 사업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이 반대되는 사안도 있다. 중국은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투자인프라은행(AIIB)에 한국의 가입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성격이다. 이에 미국은 한국의 AIIB 가입 반대 의사를 통보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막후에서 치열한 양국 실무자 간 경제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상회담 직전까지 민감한 사안들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