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지리산 심원마을

입력 2014-07-02 02:30
지리산국립공원 서쪽 심심산골에 위치한 ‘하늘 아래 첫 동네’ 심원마을이 사라지게 됐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심원마을은 지리산 달궁계곡의 끄트머리인 해발 750m 지점,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해발 1732m), 서북쪽의 만복대(1438m), 노고단(1507m)이 형성하는 삼각형 사이의 오지에 있다. 등산 애호가와 계곡 피서객들에게 심원마을은 심산유곡에서 물소리, 새소리와 함께 하루 묵어가는 낭만을 상징하던 곳이다. 그렇지만 애당초 국립공원 핵심 생태계 구역 안의 마을이라서 보호구역 취지와 어긋나는 데다 민박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이 탐방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심원마을 20가구(42명)를 내년까지 보상 이주시키고 이 마을 일대를 핵심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조성한다고 30일 밝혔다. 공단은 2016년부터 집·식당·도로 등 인공구조물을 모두 철거하고, 마을 주변 18㎢의 출입을 통제해 이곳 주변을 자연 상태로 복원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보상비와 이주정착금 및 복원공사비를 합쳐 약 250억원이다. 심원마을 민박촌은 여름 성수기에 오폐수가 계곡을 오염시키는 데다 반달가슴곰이 출몰하는 곳이기도 하다.

심원마을은 조선 고종 때부터 형성됐다. 1967년 국립공원 지정 당시만 해도 주민 대부분이 임산물을 채취하거나 토종벌꿀 채취를 생업으로 하고 있었다. 심마니들의 마을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87년 전남 구례 천은사부터 전북 남원 반선까지 지리산 서북쪽을 통과하는 861번 지방도가 개통되면서부터다.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대부분의 주민이 민박과 음식점을 시작했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외지인들까지 심원마을로 몰려들었다. 특히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여름 한철 장사로 한 집에 5000만∼7000만원을 버는 게 예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심원마을에 돈더미를 안겨줬던 관통도로 개통은 십수년 만에 침체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 도로 사정이 좋아지고, 이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관광객들은 도시의 편의시설에 숙박하면서 지리산을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전체 탐방객이 감소 추세다. 또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개통 이후 지리산에서도 남동쪽 산청 쪽으로 향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서북쪽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심원마을 폐쇄는 당연한 조치다. 그렇지만 관통도로를 철거하고, 달궁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해 심원마을만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