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공약 대신 주거 복지 강조… 재개발 시장 선거 호재 없었다

입력 2014-07-03 02:29 수정 2014-07-03 10:06
반짝 상승했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한 주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며 주춤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띄우기 위한 대책에 소극적이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연초 오름세를 보이던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다시 맥을 못 추고 있다.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시장은 예년과 달리 6·4지방선거를 호재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후보들이 개발보다 주거 복지를 강조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 이후 재개발 지분가격이 올랐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2기 시정에 돌입한 박원순 시장이 개발사업의 속도보다 방향을 강조하는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 완화, 소형의무비율 폐지, 공공관리제도 자율화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 ‘주춤’

부동산114가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 재개발 구역 지분가격은 3.3㎡당 2456만원으로 4월보다 1.9% 하락했다. 각 재개발 구역에 나온 매물가격에 근거한 분석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전달보다 0.13% 하락한 2774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잠시나마 오름세를 보였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흥행,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다가오는 지방선거 등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2월 말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한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자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일장춘몽처럼 흩어졌다.

부동산114는 분석 자료에서 “압구정 지구와 개포 지구, 잠실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이 빠르게 진척되면서 열기를 띠는 듯했지만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강남구청의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압구정동 구 현대3차(전용면적 109㎡)는 시세가 2500만원가량 떨어졌다. 건축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개포주공4단지는 면적별로 1000만∼2000만원 정도,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고덕주공 4·6·7단지는 1000만원 정도 가격이 빠졌다.

반면 대치동 선경1·2차는 2500만∼5000만원 정도 뛰었다. 매도인들이 팔려고 내놨던 집을 다시 거둬들이면서 매물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 예비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 첫발을 뗐다.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천동 진주아파트는 1500만원가량 올랐다. 최근 재건축 정비 계획안이 수정 가결된 삼성동 홍실 아파트도 1000만원 정도 더 붙었다. 서울시가 내놓은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개발 호재가 후광 역할을 했다.

재개발 지분가격도 사업장별로 엇갈렸다. 사업 진행이 더딘 서울 성북 장위13구역과 서대문 북아현3재정비촉진구역, 동작 흑석3재정비촉진구역은 5월 지분가격이 4월보다 5∼15% 하락했다. 매물이 쌓인 탓이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용산 재개발 구역은 정몽준 후보의 개발 공약에 들썩였다. 한남2·3구역(조합설립인가)의 지분가격이 한 달 사이 15%가량 올랐다.

반등 가능성은

그동안 서울의 재개발 시장은 지방선거 직후 오름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었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6·2 지방선거 뒤인 2010년 7월의 경우 전달보다 0.8% 오르며 하락세에서 벗어났고, 10·26 보궐선거 이후인 이듬해 11월에는 1.4% 올랐다. 9월과 10월 각각 1.81%, 0.93%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반등이다.

향후 서울의 재개발 시장이 활기를 보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 시장은 통합 개발을 지양하고 구역별 상황에 따른 분리 개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해왔다. 단순히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띄우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선거 최대 이슈였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종전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 측은 소유권 분쟁 중인 철도정비창을 빼고 서부이촌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단지의 노후 정도 등 주거 여건을 고려한 개발 방안을 우선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재건축 투자 수요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여름 비수기인 데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주범으로 꼽혀온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은 최근 정부·여당 간 당정협의에서 수정안이 나왔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의견이 많다.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국회에서 폐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아직 수치상으론 확인할 수 없지만 분위기로 보면 적어도 분양시즌이나 이사철인 가을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듯하다”고 전망했다.

사업 속도에 따른 재건축 단지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과거엔 사업 기간이 길어져도 그 사이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지만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지금은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