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기업들 고용 실태 들여다보니] 300인 이상 사업장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 ‘설움’

입력 2014-07-02 03:59
비정규직이 대기업 전체 근로자 중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지난 18일 서울 강북구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 정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의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대기업 근로자 100명 중 20명은 파견·하도급·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로, 15명은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상시 고용 1000명 이상 대기업들이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

한 건물관리 업체는 98.8%를 기간제 근로자로 메울 정도로 건물관리·패스트푸드 업종 등에서 낮은 임금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관행이 두드러졌다.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고용노동부는 1일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 2942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고용 형태 공시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형태공시제는 사업주가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근로자 고용 형태를 공개하는 제도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이 제도는 개별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실태를 공개해 과도한 비정규직 사용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공시 결과 전체 근로자 436만4000명 중 직접고용 근로자는 348만6000명(79.9%), 파견·하도급·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는 87만8000명(20.1%)으로 집계됐다. 기간제 근로자는 67만5000명(15.5%)에 이르렀다.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273만8000명으로 전체의 62.7%에 그쳤다. 이 항목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정규직 근로자는 60%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속 외 근로자의 80%에 이르는 70만명을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서 고용했다. 기간제 근로자의 60%(40만3000명)도 상시 근로자 10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했다. 10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23%는 간접고용, 13.2%는 기간제로 집계됐다.

전체 기간제 근로자 67만5000명 가운데 ‘사업시설 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이 30만1000명으로 44.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 업종은 사업시설의 청소, 방제 등을 포함한 사업시설 유지관리 활동과 고용지원 서비스, 여행보조, 사무지원 서비스 등과 관련한 지원서비스를 포괄한다.

◇0.12%만 정규직=건물관리 업체인 우리관리㈜는 기간제 근로자 비율이 98.8%로 공시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전체 근로자 6161명 가운데 74명만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인 건물관리 업체 아이서비스가 97.5%로 기간제 비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청소·경비 등 대부분의 업무를 기간제 근로자에게 맡기고 있는 셈이다.

패스트푸드 업종도 기간제 근로자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랜드파크외식사업부본점, ㈜맥킴, 한국맥도날드유한회사가 80% 이상을 기간제로 고용했고, ㈜롯데리아도 전체 직원의 77.3%가 기간제 근로자였다. 매장 근로자들이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워지는 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산재로 최근 문제가 된 조선업, 철강업 등 일부 제조업은 파견·하도급 근로자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근로자 4만3874명 중 간접고용 근로자가 3만666명(69.9%)이라고 공시했다. 포스코건설 본사(65.5%)와 현대건설(65%) 씨제이대한통운(64.8%) 에스원(63%) 삼성중공업(62.8%) 현대중공업(59.5%) 삼성엔지니어링(58.0%) 대림산업(56.3%) 삼성물산(54.6%) 등이 직접고용 근로자보다 많은 수의 간접고용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원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4만767명) 대우조선해양(3만666명) 대우건설(2만6318명) 삼성전자(2만6304명) 삼성중공업(2만4377명) KT(2만1359명) 현대건설(1만5728명) 포스코(1만5723명) 삼성물산(1만3216명) 현대제철(1만1956명) 순으로 많았다.

반면 보안업체인 ㈜에스텍시스템은 전체 근로자 7297명 모두를 정규직으로만 고용해 눈길을 끌었다. 미8군도 1만2210명의 근로자 가운데 기간제는 296명(2.4%)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