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30일부터 현대증권에 대한 공동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애초 검사계획에 잡혀 있던 정기검사를 이행하는 것이지만 동부그룹 자금난 등 일부 대기업의 부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정밀한 점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크다. 동양 사태로 홍역을 치른 금융 당국이 계열사 회사채 등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꼼꼼히 살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일 “한은과 함께 현대증권의 내부통제 이행 상황 점검에 착수한 상태”라며 “업무와 재산 등 전 영역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이미 한 차례 현대증권을 특별검사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 회사채 인수 과정의 적법성 문제도 검사계획에 포함된다”고 밝혀 현대증권과 구조조정 자구안을 이행 중인 현대그룹 사이의 자금 흐름까지도 진단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권은 특별검사에 이은 현대증권 공동검사가 현대증권의 계열사 지원 실태에 주안점을 둔 고강도 검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매각을 앞둔 상황에서도 현대그룹 내 유상증자와 회사채 인수에 활발히 참여하며 공공연하게 계열사 지원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2월 현대유앤아이의 유상증자에 200억원,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62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특히 현대증권이 경영이 부실한 현대엘앤알의 무보증 사모사채를 인수한 것은 금융계열사를 통한 그룹 내 자금지원성 거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그룹의 호텔 등 부동산컨설팅 업체 현대엘앤알은 지난 5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610억원어치 사채를 발행했고, 이는 전액 현대증권에 인수됐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엘앤알은 지난 사업연도의 매출액이 ‘0’이며, 447억7300만원 적자 상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두고 현대증권이 자본시장법상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며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현대증권이 오히려 그룹과의 출자구조를 강화하자 매각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불거진다. 매각 불확실성에 더해 계열사 지원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현대증권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1일 현대증권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5일 현대증권의 무보증금융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금감원·한은 현대證 공동검사…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 정조준
입력 2014-07-02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