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장비 동원 기독교 탄압… 교회 십자가가 불법 건축물이라니

입력 2014-07-02 02:10
지난달 20일 중국 저장성 원저우 핑양현의 야후이 교회. 거대한 기중기가 이 교회 꼭대기의 붉은색 십자가를 떼어냈다. 십자가가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회 앞에 선 교인들은 십자가가 사라지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봐야 했다.

그러면서도 ‘예수 나를 위하여(144장)’를 찬양했다. “십자가, 십자가는 영원한 나의 영광. 나의 모든 죄는 예수 피로 씻겼네.” 십자가가 땅바닥에 다가올수록 찬양을 부르던 목소리는 울음으로 변했다. 교회 앞에는 무장한 군인 서너 명이 서 있었다.

이는 미국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기독교인 박해 감시단체 ICC(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가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이다. 1분20여초의 제보 영상은 중국의 기독교 탄압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중국 기독교인들의 고귀한 믿음도 보여주고 있다. 영상은 유튜브에 실린 지 일주일도 안 된 1일 오후 3시 현재 1만38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ICC가 올린 160여개 동영상의 대부분이 조회수 수백건에 그친 것에 비춰 유례없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댓글에서 “힘으로 십자가를 제거할 수 있지만 예수님을 사모하는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없앨 순 없다”고 위로했다.

야후이 교회는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소속이다. 중국 정부가 인정한 교회조차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ICC는 1일 “야후이 교회 교인들은 저장성으로부터 철거와 관련된 내용을 언론이나 단체에 제보하면 다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며 “6월 한 달 간 저장성 핑양현에서만 15개 교회가 십자가 철거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교인 비율이 높은 원저우를 포함, 저장성 내에서만 360여곳 교회의 건물이 강제 철거되거나 십자가를 훼손당했다. 중국 교계 지도자들은 지난달 16일 원저우 당국에 “법 절차를 무시한 불법 철거 행위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철거에 대한 사전 공지도 없이 정부에서 사주한 용역인력들이 한밤중이나 새벽에 들이닥쳐 건물이나 십자가를 철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