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77일째. 아직도 11명의 실종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안산 합동분향소에 안치된 200여명의 희생자들이 오늘도 말없이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통한의 4월 16일’에 일어난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라듯 말이다. 그 진실이 검찰과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중 해양경찰청의 부실 대응과 진실 은폐 의혹은 충격적이다. 광주지검 해경수사전담팀은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근무자들이 관제 업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 중이다. 진도 VTS 근무자들이 2인 1조로 선박 운항 상황을 관제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오전 8시48분부터 첫 교신을 시도한 9시6분까지 관제센터의 근무태만으로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진도 VTS는 사고 당일 오전 관할 해역에 들어온 세월호가 규정대로 진입 보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18분 동안 세월호가 항적을 이탈했지만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의 이상을 관제센터에서 제때 파악해 조치했더라면 304명의 사망·실종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죄가 무겁다 하겠다.
더구나 진도 VTS 측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관제실 내부 촬영용 폐쇄회로 TV(CCTV)에서 사고 전후 한 달간 영상 기록을 지우기도 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근무 태만에 비하면 증거 인멸은 중대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영상을 옮긴 저장장치에 관제실 내부가 아니라 바다가 찍힌 화면이 담긴 것으로 미뤄볼때 일부러 CCTV 카메라 방향을 바다 쪽으로 돌려놓은 것이 아닌지도 엄중히 묻고 있다.
지난 30일부터 시작된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의 부실한 초동 대응을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있다. 첫 기관보고에서는 세월호의 두 차례 구난 요청에 해경이 아무런 답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새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선내에 진입해 적극적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못했던 해경의 무능과 한심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왜 이런 사고가 나게 됐는지, 왜 그 많은 목숨을 눈뜨고도 잃었는지 그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관련자들에게는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304명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사설] 세월호 관련 직무유기 작태 끝까지 따져라
입력 2014-07-0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