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1일 집단자위권을 허용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하고, 법 개정에도 나섬에 따라 향후 일본이 다양한 형태로 무력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본이나 동맹국뿐만 아니라 유엔 차원의 '응징'에도 동참할 수 있고 북한 문제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베 총리 스스로 지난 3월 국회 답변에서 "점령군의 손으로 만들어진 헌법에서 탈피해 현재의 세계정세에 맞는 새로운 일본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만큼 종국에는 현재의 평화헌법 자체를 개정하는 수순을 노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집단자위권 범위 넓어, 한반도 문제 개입 가능성=집단자위권은 동맹국이나 일본과 가까운 나라가 적에 의해 위협받게 될 경우 행사하게 된다. 현재는 미국이 동맹국에 해당되고, 따라서 미국의 잠재적 적(敵)인 중국이나 북한과 관련된 군사적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내 급변사태나 전쟁 상황이 생기면 일본인 구출이나 미국 지원 등을 명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근거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
집단자위권의 구체적 예시로는 우선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을 공격하는 나라를 반격할 수 있다. 아울러 미 본토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 '유사시' 일본 주변의 선박도 임검하게 된다. 일본 선박의 항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해역에서의 기뢰제거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일본 영해에서 항행하는 외국 잠수함이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자위대가 대응에 나서게 된다.
유엔 차원의 무력 사용도 가능해져 연합군이 꾸려지거나 유엔이 국제질서 유지에 필요해 무력사용 결의를 하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하는 외국 부대의 긴급경호 등을 위한 무기 사용의 길도 열렸다.
◇자위대 전력 동북아에 위협적 수준=공교롭게도 이날로 발족 60주년을 맞은 자위대는 현재 24만8000명 병력으로 세계 22위다. 하지만 일본의 방위비 지출은 2013년 기준 491억 달러(약 49조6000억원)로 세계 6위 규모다. 해상 전력의 경우 중국에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해상 자위대는 길이 248m에 기준 배수량 약 1만9500t에 달하는 항공모함급 헬기 호위함 이즈모를 비롯해 호위함 48척, 잠수함 16척, 기뢰함정 29척, 초계함 6척, 수송함 12척 등 총 141척의 함정을 운용 중이다. 또 이지스함 6척과 대잠초계기 75대도 있다.
공군도 F-15기 201대, F-4 62대, F-2 92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E-2C 조기경보기 13대를 갖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향후 10년 이내 자위대 전력을 지금보다 3분의 1 정도 더 강화하는 내용의 10개년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점령군이 만든 헌법 폐기하고 새 헌법 만들 수도=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베 정권이 향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기존 헌법의 '해석'을 통해 집단자위권 발동을 넘어서 헌법 자체를 새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아베 총리의 최대 숙원이기도 하다. 아베는 2006년 1차 집권 때 전후체제 탈피를 내걸고 개헌을 밀어붙이다 지지율 하락을 자초해 1년 만에 퇴진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전후체제'는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을 점령했던 연합군총사령부(GHQ)가 도입한 민주주의 제도를 말한다. 현행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아베 정권이 올해 밀어붙인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무기수출 3원칙 폐기 등도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과 함께 전후체제 탈피를 위한 일련의 행보로 해석된다. 일본 정계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를 중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 승리함으로써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각의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집단자위권 행사가 일본에 전쟁을 걸려고 하는 음모를 꺾을 수 있는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며 "각의 결정으로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더욱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 참전과 관련해 "1990년대와 2000년대 이라크 전쟁과 같은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병호 정건희 기자 bhson@kmib.co.kr
[日 집단자위권 각의 의결] 북한 급변사태 발생땐 한반도 무력개입 길 열려
입력 2014-07-02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