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언제나 ‘만남’에서 시작된다. 어제의 만남이 내일의 역사를 새롭게 기록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 공동체든 사적 공동체든 지도자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의 만남은 단순한 만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지도자들의 만남은 항상 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공적인 만남일 때 더욱 그러하다. 3일로 예정된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을 통한 한·중 정상의 만남을 보자. 양국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한 입장 정리와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경제계는 경제계대로 교역 확대에 대한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떤 종류의 공동체든 그 공동체에 지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의 공적 만남은 공동체의 미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갈가리 갈라진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만남이 지난 30일 있었다. 바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의 총회장을 역임한 60여명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연합기구를 모색하거나 다른 행보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59년 이후 ‘55년 만에 형제들이 모였다’는 국민일보의 기사 제호가 시사하듯 동일한 근원을 가진 양 교단의 대표 역할을 했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모임 그 자체로 분열된 한국교회에 새로운 희망의 물꼬를 여는 것이기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실제로 모임 경과를 설명한 합동 교단의 전 총회장은 “한국교회의 오랜 숙원인 두 교단의 교류와 협력이 나눠진 한국교회를 합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 보수와 진보의 화합과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찌 되었든 하나님의 영광과 그 나라와 그 의를 위해 같은 목적을 가졌지만 각각의 영역에서 헌신하며 지도력을 발휘했던 양 교단의 지도자들이 교류와 협력을 위해 모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일이다. 더더욱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경제적으로, 세대 사이에, 그리고 남북 사이의 극심한 분열과 대립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사회 현실 앞에서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들이 화합을 위해 모였다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연합을 위한 모임을 가졌는가. 따지고 보면 모임이 없어서 한국교회가 분열의 아픔을 겪은 것은 아니다. 기도회가 없고 화합과 연합을 위한 선언문이 없어서 교회가 머리 깎인 삼손처럼 사회로부터 능멸을 당해도 하나 되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연합과 화합을 위한 회의도 많았고, 기도회도 많았고, 수많은 선언문도 발표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하나 되라고 요청’하시는 주님의 엄위하신 명령 앞에, 그리고 ‘교회들이 연합해 이 땅의 소망의 그루터기가 되게 하소서’라고 시린 가슴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성도들의 기도 앞에 모든 사심을 내려놓고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분열된 한국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아마 후대의 한국교회 역사가들은 올해 6월 30일에 열린 양 교단 지도자들의 모임을 어떻게든 평가할 것이다. 평가하는 과정에서 21세기 역사의 한 시점에 이뤄진 이 모임이 또 하나의 해프닝이었다고 평가할지, 아니면 하나님 나라와 주님의 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분열된 조국의 현실 속에서 시의적절하고 요긴한 모임이었다고 그 가치를 보배롭게 평가할지는 앞으로의 실천적 행보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양 교단 지도자들의 이번 회동이 후세들에게 길이길이 기억되고 칭송받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서 분열된 한국교회를 보며 희망을 잃어버린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모임이 되기를 바란다.
이상화 목사(드림의교회)
[객원편집위원 直筆-이상화 목사] 예장 합동-통합 증경총회장 55년 만의 만남에 희망을 건다
입력 2014-07-02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