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에는 중국 양쯔강변의 소상적벽을 연상케 하는 화순적벽이 있습니다. 호남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화순적벽은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의 노루목적벽,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을 함께 이르는 말로 가을에 단풍이 들거나 해질녘 절벽이 붉게 물들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황홀합니다.
화순의 적벽 중에서도 100m 높이의 노루목적벽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1985년 동복댐이 완공되면서 50여m의 깎아지른 절벽이 물 속에 잠겼지만 그 위용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 풍경을 볼 수가 없습니다. 창랑적벽이나 물염적벽과 달리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은 안타깝게도 광주시민들의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위치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가을에 노루목적벽을 취재하기 위해 화순군청의 안내로 상수원보호구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화순군청 관계자는 노루목적벽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광자원이 일천한 화순군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의 상수원보호구역 출입이 절실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난달에 화순을 다시 찾았지만 노루목적벽은 여전히 화중지병이었습니다. 친절하게도 광주광역시 상수도본부의 담당 직원이 먼 길을 달려와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줬습니다. 덕분에 취재를 잘 마칠 수 있었지만 혼자 호사를 누린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노루목적벽이 폐쇄된 것은 150만 광주시민의 젖줄인 동복호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노루목적벽은 상수원 보호와는 크게 상관 없어 보였습니다. 입구에서 망향정까지 5㎞ 길이의 산길은 호수가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망향정이 보산절벽 위에 위치해 호수로 접근할 방법도 없고 망미정도 호숫가에 있지만 접근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화순군과 광주광역시는 최근 몇 차례의 간담회에서 수변에 안전펜스를 치고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화순군은 행여 있을지도 모를 오염 행위를 우려해 청원경찰을 배치하고 하루 한두 차례 문화관광해설사의 인솔 아래 셔틀버스로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광주시민의 상수원도 보호하고 화순군의 관광자원도 활용하는 윈-윈 전략이 성공해 올 가을부터는 단풍으로 물든 노루목적벽의 절경을 독자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박강섭 기자
[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화순군·광주시 ‘윈-윈전략’ 기대합니다
입력 2014-07-03 02:53 수정 2014-07-03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