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소득불평등의 숨겨진 원인들

입력 2014-07-02 02:20

최근 20년간 우리 경제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나친 소득 불평등은 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고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발간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소득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의 소득 불평등이 과거 정부정책 방향이 잘못 설정된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 소득은 느는 반면 가계소득은 줄고, 자본에 비해 노동자의 몫이 적어지는 현상들로 인해 소득분배가 나빠진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정부의 친기업, 친성장 위주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맞는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소득분배 악화가 우리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20년간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소득불평등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각국의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공통적인 요인들을 분석한 IMF 연구보고서와 국내외 경제학자들은 다음 요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90년대 이후 IT 기술 발달과 함께 기술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저급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은 첨단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반면 고급 기술 보유자들은 오히려 기술 도입에 따른 고급 인력 수요가 늘면서 소득이 증가해 개인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기업 생산의 아웃소싱이 수월해져 선진국에서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후진국에서는 외국 자본의 혜택을 본 산업과 여타 산업 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셋째, 지속적인 성장 둔화가 저소득 계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나쁜 영향을 미쳐 소득분배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공통적인 요인들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경우 최근 20년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왔고, 일반적으로 평균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분배지수가 나쁘기 때문에 고령화가 소득분배 악화를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 진보, 자본의 글로벌화, 성장 둔화, 그리고 고령화 등과 같이 우리가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이를 기회로 활용한 계층과 기업들은 소득이 늘어난 반면 그렇게 하지 못한 계층과 기업들은 경제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생활이 어려워졌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내수와 수출산업 간 양극화, 중소·대기업 문제, 개인별 근로소득 격차 확대 현상도 이처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차이에서 초래된 면이 크다고 본다. 분명 이 시대의 구조적 변화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이에 따라 소득분배는 더 나빠질 것이므로 정부는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과 복지체계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 것인가. 첫째, 최근 기술 진보 경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부합하는 인력들을 최대한 갖추어 나아가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적응력을 높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규제일변도 교육정책에서 탈피해 자율성과 유연성이 확보된 진화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경쟁에서 낙오된 계층에게 재교육과 같은 재기의 발판 및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여 다시 생산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소득의 균등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장 없이는 우리가 당면한 분배 악화,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성장 동력을 해친다면 이러한 정책들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경제팀에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