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웃음으로 이끄는 여유
올해 서른다섯인 미국 코미디언 조시 블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가느다란 한쪽 팔은 틀어진 채 흔들리고 발음은 어눌하다. 하지만 그의 코미디는 페이소스와 품격이 있다. 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냐고 물으면 “아, 그럼 교통경찰을 할까요?” 하면서 자신의 팔을 흔들며 “아마 거리가 마비될 텐데” 하고 사람들을 웃긴다. “농아들을 위해 수화를 하면 참 잘할 것 같죠?”라고 말해 사람들을 배꼽잡게 한다. 오른쪽 팔의 불수의적 운동, 즉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증상을 코미디 재료로 삼은 것이다.
팔이 멋대로 움직여 실수로 공화당을 찍었다고 손을 정말 찍어버리고 싶다고 웃기면서 자신이야말로 줄기세포가 꼭 필요한 사람 아니냐고 정치적 이슈를 승화시키기도 했다.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원래 작가가 꿈이었지만 대학 시절 우연한 기회에 마이크를 설치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갔다가 자신에게 사람들을 웃기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코미디언의 길을 택했다.
사실 그의 장애는 선교와 교육 때문에 부모가 아프리카 카메룬에 가서 출산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으니 아프리카계 미국인(즉 흑인)이라고도 웃긴다. 부모처럼 역시 아프리카의 세네갈로 봉사여행을 한 것도 아마 그런 뿌리를 찾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한데 거기서도 원숭이 우리에 들어가 분장을 하고 몇 시간에 걸쳐 코미디 쇼를 했다. 뇌성마비가 너무 진짜 같았는지, 관중들이 헷갈려서 바나나와 과자를 던져주었는데, 그때 먹은 과일들이 제일 맛있었다며 또 사람들을 웃긴다. 뒤틀어진 팔과 몸피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홈리스 아니면 알코올 중독자라고 오해하는데 그 때문에 쏠쏠히 동전이 생겨서 좋은 일이라고 말하니, 그의 자아는 참 힘이 세다.
지적인 눈빛만큼이나 마음도 단단한 그의 활동 영역은 코미디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영화, 장애인 축구선수 생활까지 뻗친다. 따뜻한 미소가 푸근한 일본 여성과 결혼해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다. 쉼 없이 미국 전역을 다니며 코미디 무대에 서고 자신의 책과 CD,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까지 팔고 있는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나 역경 극복의 드라마를 감상적인 동정의 시선으로 보게 하지 않고 약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승화시킨 그의 어록들은 나처럼 말과 글로 사는 이에게는 참 좋은 교과서다.
사실 말과 글은 의도했건 아니건 남에게 상처가 되거나, 자칫 잘난 척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예컨대 노숙인이나 정신박약자 같은 약자들이나 누군가의 외모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댓글들, 자기와 생각이나 이념이 다르면 바보나 성격파탄자로 몰고 가는 거칠고 공허한 칼럼들, 근본적 고민 없이 얄팍한 지식이나 경험만 지루하게 자랑하는 에세이 등은 그러지 않아도 피곤한 마음만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 자신의 아픈 부분을 고백하고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넉넉한 말과 글이 그리운 이유다.
잘난 사람들에게 유머강의라도
우리나라에도 이동우 정선희 이성미 이경실처럼 자신의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코미디언들이 적지 않다. 상처를 회복한 후 그 경험을 눈물이 아니라 웃음의 재료로 만들어주는 그들은 진짜 강한 사람이다. 별 탈 없이 주변에서 보호받으며 많이 배우고 많이 누리고 있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 사람들보다 나는 오히려 그들을 더 존경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더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날 선 공방, 상대방에 대한 비난, 거만한 불통만 보여주는 잘난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서 유머 강의라도 해주면 어떨까 싶다. 진심으로 어리석다고 자책하는 사람치고 정말 어리석은 사람, 남들에게 잘난 척하는 사람치고 정말로 잘난 사람을 여러분은 혹시라도 만난 적이 있는가?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 원장
[청사초롱-이나미] 조시 블루
입력 2014-07-02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