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에서 발만 떼면 알아서 작동… 브레이크 밟을 일 없었다

입력 2014-07-02 02:40

‘적어도 도난 걱정은 없겠다.’

BMW가 지난 4월 출시한 전기자동차 i3(사진)를 4일간 시승한 뒤 든 생각이다. i3는 전기 없이 1m도 움직이지 못하는 순수 전기차다. 서울 시내에서 이 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은 단 4곳이다. 그 중 3곳은 BMW가 차를 파는 전시장이다. 영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미리 “충전하러 가겠다”고 전화해야 한다. 나머지 1곳은 BMW코리아 본사가 있는 ‘스테이트타워 남산’의 지하 6층 주차장. 오직 이곳에서만 마음 편하게 ‘완속’ 충전을 할 수 있다. 미래에서 온 것 같은 디자인에 욕심이 생겨 i3를 훔쳐도 소용이 없다. 차를 굴리려면 BMW코리아 본사 건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 6900만원에 이르는 ‘미래지향적’ 전기차가 서울에서 처한 상황이다.

계기판과 첫 대면한 순간, 배터리는 완충 상태였지만 주행가능한 거리는 105㎞로 표시됐다. 그보다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4일간 105㎞는 너무 부족해 보였다. 전국 이마트 60곳에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보도를 기억하고 어느 이마트로 가면 되느냐고 BMW코리아 직원에게 물었다. “아직 구축 중이고, 충전기가 설치됐다 해도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시승 이튿날 BMW코리아 본사의 지하주차장을 방문, 한 시간 동안 충전하고 나머지 기간을 버텼다.

i3는 익히 들었던 전기차의 특징대로 조용했다. 세 가지 점이 새로웠다. 첫째는 배터리가 스마트폰처럼 줄기만 하지 않고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변환해 조금씩 자체 충전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바퀴가 모터를 돌리는 원리로 ‘회생제동’ 에너지를 얻는다. 화면에 표시된 것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이유다.

두 번째로 브레이크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여러 전기차 가운데 i3만의 특징이다. 이 차의 가속 페달은 발을 떼면 곧바로 브레이크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회생제동 에너지를 더 많이 얻기 위한 목적이다. 주차할 때도 가속페달을 밟아야 해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안전에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차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실내가 무척 쾌적했다. 기름 냄새는 물론 플라스틱 냄새도 없었다. 천연가죽과 원목, 양모 등 친환경 소재가 대거 쓰인 덕택이다. 승차감은 도로 조건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잘 닦인 평탄한 길에서는 BMW 특유의 묵직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시속 60∼70㎞ 이상에서 거친 길을 만나면 정숙함은 사라지고 진동과 출렁거림이 나타났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