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TV 앞에 앉은 당신.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TV 전원을 끄고 다른 할 일을 찾겠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인터넷을 사용해 디지털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때문. 편성 시간을 초월한 TV 시청행태는 최근 몇 년 간 급속도로 대중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VOD 시청률 포함된 ‘통합 시청률’…선호도 정확히 보여줄까=실제로 대중들의 ‘본방 사수’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구당 시청 시간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하루 평균 8시간 3분에서 7시간 57분으로 6분가량 줄었다. 주말엔 차이가 더 심했다. 지난해 상반기 주말 가구 시청 시간량(9시간 24분)에서 13분이나 줄어든 9시간 11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시청률 조사회사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짜 시청률’을 조사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총 3200가구를 대상으로 TV 본방송 시청률을 분석하고 있는 TNmS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IPTV 업체 올레TV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VOD(주문형 비디오, 다시보기) 시청률을 조사, 발표하기로 했다. 본방송 시청률 모집단의 3배인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한다. 시청률 계산 알고리즘은 기존 실시간 시청률 계산 알고리즘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TNmS 민경숙 대표는 “지상파가 아니라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청하거나 VOD로 보는 이들이 전체 시청층의 50%를 넘는다”면서 “지상파 시청률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5년 전부터 VOD 시청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VOD 시청률이 본방송 시청률과 합산 집계되면 프로그램의 관심도가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올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16일 방송됐던 KBS 드라마 ‘비밀’ 7회의 시청률을 예로 들어보자. 당초 발표된 본방송 시청률 12.42%에 재방송(10월 20일) 시청률 3.91%, 총 12번 방송된 케이블채널 재방송 시청률 합계 4.38%, 4주간 올레TV를 통해 방송된 VOD 시청률 3.06%를 모두 더해 23.77%가 된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경우 현재까지 VOD 시청률 서비스를 할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 수년째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다양한 디바이스의 시청률이 통합된 시스템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진짜 시청률’ 찾는 다양한 노력들…지상파의 힘 약해질 듯=시청률이 가장 표면적으로 적용되는 곳은 광고현장이다. 각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광고의 단가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 광고 시장에선 공식 발표되는 시청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콘텐츠 파워지수(CPI)’가 사용되기도 한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함께 개발한 이 순위는 포털사이트 검색 빈도, 기사 구독 순위, SNS 노출 빈도 등을 토대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측정한다. 일선 PD들도 실제 시청률보다 20∼49세, 50세 이상 등 세대별 타깃 시청률에 오히려 비중을 두고 있는 현실이다. 그만큼 본방 시청률이 갖는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VOD 시청률이 지상파 방송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소평가되던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의 영향력이 VOD 시청률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광고산업연구소 박원기 연구위원은 “대중의 시청 성향과 시청률이 제대로 조사된다면 방송 콘텐츠의 가치와 질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업계가 공통으로 따를 수 있는 정확한 시청률 조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숨은 시청률 찾기… ‘본방 사수’ 줄고 원하는 시간 선택 늘어
입력 2014-07-02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