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최모(42·여)씨는 스마트폰 때문에 고민이 깊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빠진 딸이 댓글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내용에 따라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냈다. 스마트폰을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아이의 집착 증세가 더 심해졌다. 최씨는 “스마트폰 자가진단을 해 보니 ‘잠재적 중독 위험군’으로 나왔다”며 “무작정 빼앗는 것도 부작용이 있을 듯하고 계속 두자니 더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최씨 딸처럼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생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지난 4∼5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141만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초등 4학년 37만3818명 중 1만3183명(3.5%)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만372명보다 2811명 증가한 수치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된 경우는 18만6599명(13.2%)으로 지난해(24만249명)보다 24%가량 줄었다. 중1 학생 중 중독 위험군은 지난해 10만2602명에서 올해 7만605명으로, 고1 학생은 12만7275명에서 10만2811명으로 감소했다. 증가한 건 초등학생뿐이었다. 스마트폰 중독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학생이 스마트폰 중독에 더 취약했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여학생(11만4442명)이 남학생(7만2157명)보다 1.6배 정도 많았다. 반면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남학생(6만6446명)이 여학생(3만8611명)보다 1.7배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상담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군’은 필요 이상으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고 집착하는 증상을 보일 경우 분류된다. 스마트폰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받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스스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
‘고위험군’은 일상생활에서 눈에 띄게 문제가 드러난다. 스마트폰 없이는 한순간도 견디기 힘들다고 느낀다. 대인관계는 스마트폰으로만 이뤄지고 우울증에 빠지거나 기분 조절을 잘 못하게 된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는 “어린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돼 중독에 빠지면 뇌 성장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다”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필요한 때만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스마트폰 중독 초등학생이 는다
입력 2014-07-01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