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 “부대원들이 없는 사람 취급”

입력 2014-07-01 03:42 수정 2014-07-01 03:36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 총기난사 사건 피의자인 임모(22) 병장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 "(부대원들이) 없는 사람같이 대우했다"고 증언했다고 군이 30일 밝혔다. 임 병장의 변호인은 주요 범행 동기 중 하나로 부대원들이 근무일지에 적어 놓은 'ㅂㅅㅇㅌㅋ(병신오타쿠)'를 '왕따'의 증거로 제시했다.

군이 발표한 초기수사 결과에 따르면 임 병장은 군 조사 과정에서 "간부가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을 통해서는 특정 간부를 지목하며 "모든 일이 이 사람 때문에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군은 '왕따'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범행 직전 임 병장이 보고 격분했다던 근무일지 파일 뒷면의 낙서를 공개했지만 그를 비하하는 해골 그림은 없었다. 낙서 가운데 임 병장의 탈모 증세 등을 묘사한 그림은 부대원들이 돌아가며 그린 6점으로 다른 부대원을 희화화한 여러 그림 중 일부다. 그러나 임 병장 측은 시계 그림에 주목해야 한다며 평소 시계 수집에 관심이 있는 그를 부대원들이 '오타쿠'(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마니아)라고 놀렸다고 반박했다.

군이 재구성해 발표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임 병장은 경계근무를 마치고 복귀 중이던 동료 병사 7명과 소초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대기 중이었다. 임 병장은 "온열손상키트 박스를 두고 왔다"며 초소로 가 박스를 들고 돌아온 뒤 병사 1명이 박스를 건네받고 등을 돌리자 수류탄을 투척했다. 이때가 오후 8시10쯤으로 당초 발표보다 5분 빠르다.

수류탄이 폭발한 후 최모 일병은 파편상을 입고 현장에 쓰러졌고, 나머지 병사들은 피신했다. 김모 하사도 수류탄에 맞은 뒤 총격을 받고 숨졌다. 육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임 병장은 피신하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보고 따라가면서 사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초(생활관) 옆으로 이동해 창고 대피호에서 김모 일병을 살해했다. 이 대목에서 군의 발표와 임 병장의 진술이 엇갈린다. 임 병장은 "그림자를 향해 쐈다"며 조준 사격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최모 일병을 '평소 잘해줬던 후임'이라고 기억했다.

생활관으로 향하던 임 병장은 K-2 소총에 탄피가 걸리자 탄창을 방출시켜 풀밭에 버리고 새 탄창을 삽입했다. 옆문을 통해 소초로 들어간 임 병장은 진모 상병과 이모 상병을 연이어 사살했다. 생활관 정문으로 나와 삼거리로 돌아가 다시 총격을 1발 가했다. 임 병장은 사건 현장에서 약 10분간 탄창을 두 번 갈아 끼우며 최소 25발을 사격하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병장은 도주 과정에서 사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추적 과정에서 부상한 김모 중위가 교전 중 총상을 입었다고 발표했었다.

군은 총기난사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연간 1만명 규모의 GOP 병력을 별도 선발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GOP 전투병 모집 공고를 내거나 신체등급이 우수한 사람을 우선 선발하는 방식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