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비판에 인재찾기 어려워… 상시발굴 힘쓰겠다”

입력 2014-07-01 02:24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 유임이라는 고육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 인사청문 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청와대 인사 시스템 개선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 맞은편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 배경과 인사 시스템 개선 의지에 대해 적극 설명했다. 지난 2일 이후 4주 만에 이뤄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의 두 차례 연쇄 낙마, 정 총리 유임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또 회의에서 현오석 경제팀에 대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는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질책했다. ‘부처 간 칸막이’가 재연된 데 따른 것이다.

◇“국정공백 막기 위해 총리 유임”···인사청문 제도 개선 방안 당부=박 대통령은 우선 정 총리 유임이 국정 표류 현상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도중에 사퇴하면서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리더십이 약화되고 국정이 장기 표류하는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현 인사청문 제도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내면서 국회에 제도 개선 방안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 많은 분이 고사하거나 가족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대신하는 사람들에게는 거울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져다줬다”고 말해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도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기존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피력하면서 과거 ‘불통 인사’ ‘수첩 인사’ 비판을 받아온 인사 스타일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유능한 공직 후보자를 상시 발굴해 인재풀을 만들고 이들에 대한 평가와 검증 자료를 평소에 관리하겠다”고 했다.

◇현 경제팀 강하게 질타, 하반기 경제 대도약 주문=박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현오석 경제팀을 이례적으로 질타했다.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협업해야 한다고 많이 강조했고 경제부총리실에서 조정 기능을 강화했는데도 사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자동차 연비 재검증 결과 발표에 대한 업계·소비자 반발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연비 문제를 놓고 부처별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수석은 향후 경제부총리와 협업을 잘해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이제 경제 대도약을 다시 국정 중심에 놓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팀’에 경제 회복의 중책을 맡기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또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조하면서도 적용 범위를 정치인, 고위 공직자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3분의 1이나 포함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회의에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조속한 검거 지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공식 회의에서 ‘유병언’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네 번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