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학교가 밀집한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개장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영업 행위를 하려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마사회 측은 학생 장학금 등 당근책까지 제시하며 강행 방침을 밝혔으나 야당이 반대 주민들 편에 가세하면서 정치 이슈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30일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통해 (존폐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견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사실상 마사회는 개장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박기성 마사회 지역상생사업본부장은 “3∼4개월 시범 운영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폐쇄할 수도 있다는 방침이나 현재는 시범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기존 용산역 근처에 운영되던 장외발매소를 지난 1월부터 폐쇄하고 청파로 새 건물로 옮겼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지역주민, 용산구가 학습권과 생활환경을 침해한다며 개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8, 29일 마사회는 새 장외발매소의 시범 영업을 강행했지만 반대 측 주민들이 건물 입구를 막고 출입을 봉쇄해 극소수 고객만 입장했다.
반대 측 주민들은 장외발매소가 들어서면 주변이 슬럼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길거리 흡연과 취객이 난무하며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이 위협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마사회는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고 입장 정원을 줄였기 때문에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주민 불안을 덜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안전·청소 도우미를 대거 배치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수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인근 지역 학교 학생들 중 극소수만 장외발매소 앞을 통학로로 사용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 우려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대책과 함께 마사회는 지역발전기금 10억원을 출연하고 20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한다며 회유책을 제시하고 있다. 18층 규모의 새 장외발매소 건물 중 6개층을 피트니스센터 등 주민복지 시설로 내주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이날 정치권도 용산 장외발매소 개장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마사회가 넘어야 할 산은 높기만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학교 옆에 도박장을 설치하는 몰상식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마사회가 개장을 강행한 용산 화상경마장은 원효초등학교와 성심여중·고 등 5개 학교가 밀집해 있는 곳”이라며 “지역주민과 학부모, 학교 선생님은 물론이고 주민의 대표인 지역 구청장과 서울시교육감, 서울시장도 모두 반대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요즘 회자되고 있는 ‘만만회’와도 무관치 않다고 알려진 현명관 마사회장에게 엄중 경고한다”며 “공기업의 기본인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입주 강행과 공동체 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1년 동안 주민들을 비롯한 여러분이 텐트를 치면서 농성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습 개장을 해서 갈등이 첨예화됐다”며 “새정치연합의 중요한 의제로 삼고 마사회장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회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선정수 기자, 임성수 기자 jsun@kmib.co.kr
용산 장외발매소 기습개장 빈축… 모두 반대하는데… ‘학교 옆 경마장’
입력 2014-07-01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