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구 530만명 작은 시장 싱가포르 발상 바꿔 ‘세계 재보험 허브’로 떴다

입력 2014-07-01 02:20

“싱가포르는 이제 전 세계 재보험 시장의 3대 허브 중 한 곳으로 꼽힙니다. 중국 시장의 거대화 흐름 속에 재보험 업계 허브로서 싱가포르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세계적인 재보험 중개사인 가이 카펜터(GUY CARPENTER)의 리처드 존스 아시아법인 대표는 지난 24일 싱가포르 현지 사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뉴욕, 런던 등이 전통적인 재보험 허브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재보험 시장 주력, ‘작은 시장’ 한계 뛰어넘는 싱가포르=실제 싱가포르에서 재보험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재보험 시장 규모는 40억1400만 싱가포르달러 수준으로 2000년(14억7500만 싱가포르달러) 대비 2.7배 수준으로 커졌다.

인구 53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배경에는 다름 아닌 싱가포르 금융 당국인 MAS의 적극적인 전략에 있다. MAS는 2000년 싱가포르 보험시장을 완전 자유화하고, 외국인 지분 49% 제한 규정까지 철폐했다. 작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본 유치가 유일한 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 당국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보험사들과 계약을 맺는 재보험의 특성에 관심을 가졌다. 재보험은 보험사들이 소비자와 맺은 대형 재해 등에 대한 보장책임을 다시 넘겨받는 계약이다.

싱가포르 내에는 자연재해가 거의 없지만 주변 국가인 동남아, 중국 등에서는 지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가 많다는 점을 감안, 역외 보험(해외 지역에서 수주하는 보험)에 대한 지원을 특화시킨 것도 효과적이었다. 싱가포르 역내 보험을 수주했을 때 보험사에 매겨지는 세율은 17%인 반면 역외 보험에 대한 세율은 10%에 불과하다. 자본 위험기준(RBC)도 역외 보험 부분은 대폭 완화해주고 있다.

존스 대표는 “MAS는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의 역할과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의 역할을 조화롭게 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에 진출한 글로벌 보험사들이 현재 아시아 지역의 재보험 계약을 두루 수주하는데, 점차 전 세계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거점으로 글로벌 도약 중인 코리안리=국내 재보험업계 1위인 코리안리도 이미 1975년 싱가포르에 첫 해외 지점을 진출시켰다. 싱가포르 재보험 시장이 커짐에 따라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도 2004년 이래 10년간 연평균 15.7%씩 성장, 싱가포르에 진출한 글로벌 재보험사 중 12위로 중견 위치를 확보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코리안리 국내 본사와 함께 처음으로 세계적 보험신용평가기관 A.M.Best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 지점 매출이 늘어나면서 코리안리 전체 매출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 22.6%까지 증가했다. 한국 금융회사 전체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한종선 코리안리 싱가포르 지점 대표는 “싱가포르 지점은 코리안리의 해외 진출의 최전선 같은 곳”이라면서 “싱가포르 지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코리안리 전체의 해외 영업 비중을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