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사들 “위안부는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

입력 2014-07-01 02:19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교묘하게 부인하려고 하는 시점에 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사들이 한 목소리를 낸 책이 30일 출간됐다.

한국의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가 공동집필한 ‘마주보는 한일사 Ⅲ-근현대사’(사계절)는 “일본군은 조직적으로 위안소를 만들었다”고 명시하고 “전쟁 막바지 일본군은 자신들의 행위를 숨기기 위해 여성들을 죽이기도 하고,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은 채 위안소에 여성들을 두고 떠나 버렸다”고 기술했다.

이 책은 한·일의 두 단체가 2007년부터 8년 동안 주제 선정부터 원고 내용과 표현까지 일일이 토론을 거쳐 합의해 쓴 책이다. 사계절출판사의 조건형 인문팀장은 “두 나라의 고대·중세사를 다룬 Ⅰ·Ⅱ권은 2002년 집필을 시작해 4년 만에 나왔는데, 이번 책은 독도 문제 등 인식의 차이가 상당히 있어서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종군위안부 문제는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라는 점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책은 ‘할머니들의 눈물이 아직도 흐른다’는 제목으로 종군위안부 문제에 하나의 장을 할애했다. 일본군은 2차대전 당시 전선이 중국 전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동티모르까지 확대된 1937년부터 한국 타이완 등 점령지의 14∼19세 일반 여성을 위안부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반응, 그리고 매주 수요일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시위(사진)까지 책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두 단체는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을 계기로 교류를 시작했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는 중고교 역사교사와 교수, 유치원 교사까지 4000여명 회원을 가진 단체로 1949년 창립됐다.

두 단체의 교사들은 방학 때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만나 역사 인식의 차이를 밤새 토론했다. 학기중에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한 문장씩 다듬어 갔다. 그 과정에서 국사(國史)를 넘어서 평화와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관에 기반한 공통의 역사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한국측 집필책임자인 박중현 서울 잠일고 교사는 “우리의 역사교육이 일본의 침략상을 고발하는데 중점을 두는 반면, 일본은 그런 침략 실태를 보고 미래가 어떠해야할지 생각하도록 가르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우리도 좀 더 객관적으로 우리 자신을 보고 상대도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은 일본 여성 시인 요사노 아키코의 전쟁 비판 시, 하층민의 차별 철폐를 위해 뜻을 모은 조선 형평사와 일본 스이에히사의 연대활동 등 역사의 비극에 맞선 두 나라의 시민사회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