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경쟁은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뚜렷한 승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도요타자동차는 1997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700만대 가까이 하이브리드카를 판매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4∼25일 일본 도쿄에서 도요타 간부들을 만나 친환경차 전략을 들어봤다.
◇“휘발유가 가장 효율적인 연료”=도쿄 지요다구 도요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기리모토 게이스케 해외홍보실장은 예상 밖으로 ‘휘발유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석유는 수만년 이상 축적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인류가 발견한 것 중 가장 효율적인 연료는 휘발유”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 전 전문가들은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셰일가스 등 석유를 대체할 자원도 발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 시대의 종말이 그렇게 급하게 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도요타의 친환경차 전략 제1원칙도 ‘대체에너지 차의 개발’이 아니라 ‘저(低)에너지 차의 개발’이다. 당장 휘발유를 대체할 차가 아니라 휘발유를 최소로 사용하는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가이 히사시 도요타 기술홍보담당 부장은 “당분간은 디젤차나 하이브리드카 등 석유를 쓰는 차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급부상하는 전기차는 “대량 보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도요타의 잠정 결론이다. 나가이 부장은 “전기차는 법인이나 기업 등이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라고 단정지었다. 한 차례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제한적이고 충전 시간도 최소 30분 이상이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간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전기차 테슬라 열풍에도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기리모토 실장은 “테슬라를 타본 적이 있는데 성능은 스포츠카와 다름없어 놀랐지만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함은 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중기적으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집중=도요타의 친환경차 전략은 ‘하던 걸 잘하자’로 모아진다. 당분간은 하이브리드카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중기적으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도요타는 내년까지 하이브리드카 15종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카로, 전기가 다 떨어지면 휘발유로 운행이 가능하다. 전기차에 비해서는 항상 안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하이브리드보다는 기름을 덜 쓴다는 매력이 있다. 나가이 부장은 “현 시점에서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차세대 친환경차의 기둥”이라고 했다.
장기적 친환경차 대안은 지난달 25일 시판을 발표한 수소연료전지차다. 가토 미츠히사 도요타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 가장 궁극적인 친환경차”라고 수소연료전지차를 소개했다. 연료인 수소를 구하기 쉽다는 점, 주행거리가 700㎞로 비교적 장거리라는 점, 충전에 드는 시간이 3분 정도로 휘발유 차와 비슷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수소를 연료로 얻는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원리여서 도요타는 20년 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여기에 응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에너지원에도 여지를 남기고 있다. 프리우스 개발의 주역인 오기소 사토시 상무이사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늘면 다양한 에너지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확실한 미래 친환경차라고 결론 내리지 않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판매 세계화는 과제=지난해 도요타가 판매한 하이브리드카 128만대 중 절반 이상인 68만대가 일본에서 팔렸다. 정부의 보조금과 세금 감면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 정부는 프리우스 판매 초기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하이브리드카를 사면 보조금을 줬다. 최근에는 취득세와 중량세(무게에 따라 매겨지는 세금)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없는 해외에서는 비싼 가격 탓에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지 않다. 환경 의식이 높은 유럽에서도 디젤 차량을 앞세운 독일 업체의 벽을 뚫지 못하는 모습이다. 고니시 고키 섭외·홍보본부 부본부장(상무이사)은 “기술력으로 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차 생산 외에도 저탄소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도요타의 노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아이치현 도요타시 쓰쓰미 공장은 전력의 상당 부분을 태양광에서 얻는다. 쓰쓰미 공장의 지붕에 설치된 2000㎾ 용량의 태양광 시설이 전기를 공급한다. 공장 벽면에는 질소산화물 등을 분해하는 친환경 도료가 발라져 있다. 공장에서 사용한 물은 잉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화돼 배출된다.
도쿄=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당분간 친환경보다 ‘저에너지車’ 주력”
입력 2014-07-02 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