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을 놓고 연일 격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서청원·김무성 두 의원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속내는 착잡하다. 7·14전당대회가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다. 대신 전대 이후 당 내분이 확산되고 7·30재보선마저 대패해 과반 의석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잇따른 인사 실패로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데 당의 중진이라는 분들이 서로 당 대표를 하겠다고 헐뜯는 모습이 낯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과연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보면서 희망·미래·비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겠느냐”면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에게 있다는 식의 소모적인 논란을 벌일 만큼 현재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사회 곳곳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당이 먼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부족한데 권력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대에 출마한 김태호 의원은 대놓고 두 의원의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책임이 막중하고 앞서가는 두 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세몰이를 하고 줄 세우기를 하면서 한국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반칙과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정말 당을 위하고 대통령을 위한다면 오히려 두 분이 사퇴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보선은 역대 최다인 전국 15곳에서 치러지는 데다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지방선거의 연장전이면서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까지 띠고 있다. 현재 147석인 새누리당은 4석 이상 얻어야 과반인 151석을 채울 수 있다. 당 안팎에선 7·14전대가 국민들을 실망시키면 울산 빼고 나머지는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면 국민은 우리에게 이를 강제할 것”이라면서 “이번 전대를 통해 새누리당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의원도 “전대가 컨벤션 효과로 7·30재보선에 순기능을 주길 많은 분들이 기대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모습은 역효과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새바위)를 출범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 전대 선거관리위원회는 “당내 화합을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수한 선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차 회의 직후 합의문을 통해 “최근 일부 후보 측의 지나친 언동, 상호비방 등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화합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 포괄적으로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기획] 새누리, 全大 컨벤션 효과는커녕… 徐·金 집안싸움, 재보선 재뿌릴라
입력 2014-07-0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