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변명하자면…. 창조적으로 사는 것 자체가 시 쓰기 아니겠습니까.”
1990년대 시집 ‘겨울 경춘선’(1991)과 ‘저물 무렵’(1996)을 발표하며 80∼90년대 한국의 암울한 시대상을 격렬히 노래하고 현대사의 좌절을 딛고 깨달음을 모색한 신동호(사진) 시인이 20년 가까운 침묵 끝에 새 시집을 들고 돌아왔다. 다소 제목이 재미있는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실천문학)’이다.
신씨는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시집을 낸 데 대한 소회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의 삶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그는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면서 문학적 삶과 실천적 삶 사이에서 방황했다”고 말했다. 불면의 밤을 보낸 끝에 찾은 해법은 꼿꼿한 선비의 지조를 글로 쓴 조지훈의 ‘지조론’이었다. 신씨는 “‘지조론’을 읽은 뒤 문학적 삶은 자유롭게, 실천하는 삶은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후의 삶은 치열했다. 특히 남북관계 회복 운동에 매진했다. 남북관계를 이야기하는 ‘분단아, 고맙다’ 등 산문집 세 편을 내놨고 인천시 남북교류 특보로 활동했다. 통일부 사단법인인 남북경제문학협력재단 선임이사, 남북저작권센터 대표이사 직책도 맡았다.
신기하게도 남북교류 운동을 열심히 할수록 철저히 구분돼 있던 실천적 삶과 문학적 삶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덕분에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도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시집 역시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분단과 분열, 억압을 극복하고 화해와 소통, 이해로 가는 길을 찾고자 모색한다. ‘장촌냉면집’은 백령도에 있는 유명한 냉면집이다. 지난해 1월 백령도로 여행을 가 이 냉면집을 찾았을 때의 깨달음이 시에 녹아 있다.
“그날은 쉬는 날인지 냉면집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 앞에 앉아 많은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남북관계는 경색돼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였거든요. 분단의 문제도 냉면육수 속 얼음처럼 그 안에서 어우러진 뒤 서서히 녹아 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분단의 문제도 냉면 육수 속 얼음처럼…”
입력 2014-07-0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