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게임이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게임중독’이 원인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하지만 ‘게임중독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식의 극단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설 자리를 잃기 마련입니다. 개인적 일탈 이면에는 꽉 짜여진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의 문제가 숨어있기 때문이죠.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조승희 사건’의 주 원인으로 게임중독을 꼽는 학자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강원도 22사단 임모 병장 총기난사 사건도 그렇습니다. 지난 21일 사건이 발생한 뒤 여기저기서 임 병장의 게임중독이 문제라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입대 전 하루 12시간 이상 FPS 게임을 했다” “개인 블로그에는 애니메이션과 판타지 소설 관련 내용이 가득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진 것이죠. FPS(first person shooter)는 특수부대 요원 등이 적을 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온라인 사격 게임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폭력적인 게임이나 만화가 청소년 일탈의 주범으로 지목됐습니다. 2005년 경기도 연천 GP 총기난사사건도 피의자가 평소 FPS 게임을 즐겼다는 증언이 나온 뒤 ‘게임 중독자가 일으킨 참사’라는 식으로 해석됐습니다. 2012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에서는 “숨진 아이를 괴롭히던 또래들이 억지로 게임을 시켰다”는 증언 때문에 게임이 ‘악의 축’으로 묘사됐죠. 하지만 이들 사건의 진짜 원인은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네티즌들도 무조건 게임 탓으로 돌리는 데는 비판적입니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핵심을 정확히 찌르고 있습니다. 게임중독을 지적하는 기사에는 “사격게임을 하면 총기난사범이 된다는 논리라면 축구 게임 ‘피파온라인’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 되겠네”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 ‘심시티’ 밤새 하면 서울시 공무원으로 특채되나” “카트라이더 많이 하면 F1 선수되겠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FPS 게임을 즐기는 국내 유저는 100만명이 넘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잠재적 총기난사범이 100만명이 넘게 있는 걸까요”라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임 병장 사건도 곧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증언만 찬찬히 살펴봐도 부대 내 기강 해이와 비뚤어진 열외 문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주범’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 병장은 ‘에브리타운’ ‘패션시티’ 등 마을을 꾸미고 패션숍을 경영하는 모바일 게임을 즐겼다고 합니다. 조직의 내부 문제 또는 사회시스템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 문화 콘텐츠를 탓하는 ‘마녀사냥’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이은지 기자
[친절한 쿡기자] 축구 게임 하면 박지성 되나 총기난사에 또 “다 게임 탓”
입력 2014-07-01 02:16